[기로에 선 대북정책] 경제-안보 분리 대응 모색해야… 경제적 대가로 核 무력화 안 통해

입력 2016-01-12 04:04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우리 정부 대북정책의 근본 기조였던 ‘바이아웃(buy out)’ 옵션에 큰 고민을 던져줬다. 경제적 대가를 제공해 핵을 무력화하는 이 방안은 진보·보수 정권을 가릴 것 없이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었다. ‘퍼주기’나 ‘때리기’를 떠난 정책기조였던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수소탄’을 주장하며 핵무기 개발에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 기조는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변화의 요구에 직면했다. 이제 ‘경제·안보 상호 교차론’ 대신 경제에는 경제, 안보엔 안보로 대응하는 기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정부에서 탄생한 ‘햇볕정책’은 극적인 남북 간 대화·협력 기류를 형성한 반면 북측의 핵무장을 돕는다는 비판에도 시달렸다. 노무현정부를 지나 등장한 이명박정부는 이런 비판을 바탕에 깔고 천안함 사태를 기점으로 대북정책을 강경 기조로 반전시킨다.

하지만 이어 등장한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기조 아래 교류협력과 안보를 조화시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대선에서 맞붙은 박 대통령이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정책 공약이 80% 이상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적어도 대북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양당이 의견일치를 볼 정도로 큰 틀의 컨센서스가 유지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북한은 박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3년에 이어 임기가 반환점을 돈 2016년에 다시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이런 대북 기조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진화한 반면 북한의 대남정책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한반도의 대내외적 조건에 기인한다. 우선 북한은 남측 없이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중국은 북한이 ‘고사’하길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4차 핵실험 직후 국제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안정론’을 중심으로 한 낡은 레토릭만을 내놓은 상태다. 이 탓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제재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민간교류와 경제협력 등 비정치적 교류에서 정치적 평화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우리 정부의 ‘작은 통로론’도 북한에겐 단계적 충격 완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도발→이산가족 상봉 등 교류 확대→재도발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로 악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북핵에 대한 바이아웃 기조를 버리고 안보 대 안보, 경제 대 경제의 분리대응 틀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 도발에 대한 즉각적 대응과 더불어 지지부진한 6자회담 대신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한·미·중·북 간 4자회담 등 중장기적인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경제, 안보 분리 대응을 모색하더라도 실질적인 정책 설계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북한 도발에 대한 평화체제 구상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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