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안부 관련기록은 반드시 전해야 할 負의 인류유산

입력 2016-01-11 17:24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말 여성인권진흥원과 문안 작성까지 마친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원사업 위탁 협약’을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오는 3월 유네스코 등재 신청, 내년 6월 등재를 목표로 이 사업을 핵심과제로 추진했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합의가 이뤄지자 졸지에 휴지조각이 됐다. 이 결정이 떳떳했다면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2주일이나 감출 이유가 없다.

이 사업은 현 김희정 여가부 장관이 의원 시절부터 줄기차게 정부에 촉구했던 사안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일제의 만행을 지구촌 기록으로 남겨 영구히 응징할 필요가 있다”고 한 그가 이를 뒤집은 건 자가당착이다. ‘2015년 연내 타결’이라는 성과에 급급해 우리 정부가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게 아니냐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정부가 아무리 부인해도 자꾸만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니 ‘저자세외교’ ‘굴욕외교’라는 비판과 함께 합의 파기를 요구하는 시위가 그치질 않는 게다.

유네스코 등재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합의는 별개다. 비록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아베 신조 총리 명의의 사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일제 만행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가 불가역적으로, 최종적으로 합의됐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아직까지 본인 육성으로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일제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류의 기록유산으로 남겨 세계인이 잊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건 결코 포기해선 안 될 우리의 의무다. 정부가 위안부 관련 기록물 수천점을 국가지정기록물로 관리하는 궁극의 이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등재 포기는 정부 협상을 인정하지 않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다. 할머니들의 울분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