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인어공주상의 수난

입력 2016-01-11 17:35

덴마크, 안데르센, 인어공주. 어린이들에게 잘 아는 것 하나를 고르라면 어떻게 될까. 인어공주가 1위를 하지 않을까 싶다. 덴마크나 안데르센은 몰라도 그의 세계적 명작 ‘인어공주’는 수많은 어린이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이다.

‘인어공주가 항해하던 왕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배가 침몰하자 인어공주는 왕자를 구한다. 인어공주는 자신의 목소리를 마녀에게 주는 대신 왕궁 시녀로 변해 왕자 곁에서 생활한다. 왕자는 말을 못하게 된 인어공주가 생명의 은인인 줄 모르고 이웃 나라 공주와 결혼한다. 낙심한 인어공주는 바다에 몸을 던져 거품이 된다.’ 끝내 이룰 수 없었던 애틋한 사랑은 동심을 울렸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 덴마크를 방문했다. 일행과 함께 코펜하겐 해안가에 설치된 인어공주상을 ‘알현’하러 갔다. 지금이야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인어공주를 검색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는 가이드의 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때였다. “인어공주상은 1913년 조각가 에릭센이 제작했어요. 하지만 이 동상의 머리는 진품이 아닙니다. 잘려서 도난당했기 때문에 다시 만들어 붙인 겁니다.”

어린이의 마음속 친구인 인어공주를 형상화한 동상이 테러를 당했다는 설명에 일행은 깜짝 놀랐다. 인어공주상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로 103세를 맞는 인어공주상은 머리가 두 번, 팔이 한 번 잘렸다. 심지어 폭파당한 적도 있다. 짓궂은 이들이 동상에 비키니를 그려 넣었고, 불만 세력은 페인트를 칠했다. 그때마다 덴마크는 국보인 동상을 복원했다.

최근 인어공주상 사진이 페이스북으로부터 게재 불가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됐다. 덴마크 한 의원은 “인어공주상 사진이 담긴 자신의 블로그를 페이스북에 홍보하려다 ‘알몸’이란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페이스북이 뒤늦게 사진 게재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여행객의 사랑을 받는 인어공주상을 예술작품으로 대우하면 좋겠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