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57·세광교회) 목사가 경기도 여주에서 목회를 시작한 건 2012년 3월 1일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 10년 동안 이민목회를 한 뒤 귀국해 도전한 첫 번째 개척교회 사역이다. 삼일절에 설립예배를 드리면서 ‘여주 지역에 복음의 깃발을 들고 지역복음화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부흥의 열매는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세종대왕릉과 명성황후 생가가 위치해 있어 역사적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지역 주민들은 연고가 없는 타지역 출신 김 목사를 배척했다. 김 목사는 “기도 끝에 사역지를 결정하고 주민들의 마음에 신앙적 자부심을 갖게 해주고 싶었지만 열정만으로는 사역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세광교회 성도는 김 목사와 권혜숙 사모를 포함해 15명이다. 권 사모는 해가 뜨면 인근 초·중·고교와 대학 캠퍼스, 아파트 단지를 돌며 하루 종일 전도에 힘을 쏟지만 교인 등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가 현대화되면서 입구부터 출입카드 없이는 들어갈 수 없어 전도의 접촉점은 점점 줄어만 갔다.
축구를 좋아하던 김 목사는 개척 직후 특기를 살려 교회 인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축구교실을 열고 함께 땀 흘리며 복음을 전했다. 짐스(GYMS·Green Youth Mission)라는 이름의 팀을 만들어 강원도 철원에서 열리는 축구대회에도 나가고 다른 교회 축구팀과도 수차례 교제를 나누며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교회 재정으로 축구팀을 운영하는 것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열심히 활동하던 학생들도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활동이 뜸해졌고 지난여름부터는 아예 사역을 접었다.
“축구 전도나 영어예배 등이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중단될 때마다 아쉬움이 컸지만 전도를 멈출 수는 없었어요. 우리교회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도 활동 그 자체가 목회 현장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매주 금요일 학생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교회 앞에 작은 천막을 치고 부침개를 만들어 나눠주며 기도해주는 사역은 지역 주민들에게 세광교회를 섬기는 교회로 인식하게 해 준 유일한 기회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도 구리와 이천 지역에 있는 교회의 도움으로 진행해오던 ‘부침개 전도’ 사역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협력하던 교회들의 사정으로 지원이 끊기면서 세광교회 힘만으로는 전도를 펼치기 힘들어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3월 임대 재계약을 하면서 55% 올라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교회는 7개월째 월세가 밀린 상태다. 김 목사는 “월세를 해결하지 못하면 올 봄엔 사역지를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목사는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확고한 목회 비전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그는 “교회가 안정되면 다음세대 준비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며 “단 한 사람을 세우더라도 나라와 민족, 세계와 열방을 섬길 수 있는 밀알을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도들이 목사님 집에서 예배드려도 되니까 예배당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줄 때마다 든든하다”며 고마워했다. “첫 예배를 아내와 저 두 사람이 드렸습니다. 15명이면 일곱 배 넘게 성장한거예요(웃음). 한 영혼에 대한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고 목자로서 잘 양육하면서 작지만 강한 교회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주=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여주 세광교회] 다음세대 ‘밀알’ 키우는 ‘부침개 전도’ 유지 되길…
입력 2016-01-11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