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치맥’ 하고 늘어진 뱃살… ‘웰트’는 알고 있다

입력 2016-01-12 04:08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눈길을 끄는 신제품 발표가 있었다. 9일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 핏비트가 내놓은 핏비트 블레이즈(Fitbit Blaze)였다. 밴드 형태의 단순한 피트니스 제품으로 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던 핏비트가 내놓은 이 제품은 고해상도 컬러 터치스크린과 멀티 시계 페이스를 채택했다.

같은 날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는 세 명의 소비자가 핏비트를 상대로 제출한 소장이 접수됐다. 핏비트 제품인 밴드 형태의 심장박동수 측정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매일 정확한 심장박동수를 알려준다는 광고로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올해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웨어러블 기기였다. 그중 건강과 관련된 헬스케어 제품이 단연 많았다. 시장 초기인 만큼 문제점도 많다.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관리를 기계가 하다 보니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고 보안의 취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5년 뒤 10배

지난해 산업연구원은 ‘모바일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스마트 헬스케어산업’ 보고서에서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개인 맞춤형 ‘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은 헬스케어 기기 같은 하드웨어, 건강 관련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정보 전달을 위한 통신·데이터플랫폼, 이와 연계된 의료 서비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에서 헬스케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모바일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투가디언스에 따르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는 전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5년간 급속도로 성장해 2013년 5억 달러(약 6000억원)에서 2017년 55억 달러(약 6조원)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경제정보 평가 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은 모바일과 웨어러블 헬스케어산업이 활성화하면 건강관리 비용이 절감되고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인지하는 능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9일 폐막한 CES에서도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들이 단연 주목 받았다. 기능은 진일보했고 형태는 다양해졌다. 밴드 형태로 걸음 수나 소모 열량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취합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에서 최근엔 운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거나 운동 방법을 코치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허리벨트 웰트(WELT)는 착용하는 순간 자신의 허리둘레를 측정하고 식습관과 걷는 숫자 등을 기록한다. HTC의 헬스박스는 몸무게와 체지방 비율의 변화 외에도 수면과 휴식을 취할 때, 운동할 때의 심장박동을 비교해 개인 맞춤형 운동 강도를 측정해준다.

OM시그널은 OM브라를 발표했다. 여성용 스포츠 속옷으로 착용한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칼로리를 측정하고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순 피트니스 기능을 강조한 ‘밴드’로 시장 1위 자리에 오른 핏비트는 핏비트 블레이저를 내놓았다. 핏비트 블레이저는 온라인으로 운동 수업을 하는 핏스타(FitStar),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 심박수 측정 기능, 자동 운동 감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새로운 산업이 활성화될 때마다 그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도 다를 바 없다.

2014년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의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건강 데이터에 대한 잘못된 해석 및 의사결정’을 우려했다. 두 번째로 많은 52%의 응답자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걱정했다.

특히 핏비트를 대상으로 한 소송은 향후 스마트 헬스 기구 업체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기기가 오작동할 경우 개인 건강관리에 치명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출된 고소장을 보면 한 원고는 헬스 트레이너가 수동으로 측정한 심장박동과 핏비트의 심장 모니터링 기기의 측정 치수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레이너가 기록한 분당 심장박동수는 160회였는데 핏비트 모니터링에 표시된 것은 82회로 절반에 불과했다. 이 사용자는 소장에 “오류투성이 기기”라고 비난했다.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위스콘신 지역의 세 원고도 손목에 채워진 핏비트의 심장박동 모니터는 거짓된 박동수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핏비트는 소장에 접수된 날 보도자료를 통해 “제품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내부 연구팀이 연구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며 기기 오류를 해명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건강 등 중요한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여부다. 웨어러블 기기로 일상생활에서 만들어지는 라이프 로그 데이터는 사람들의 생활습관이나 건강정보 등을 담고 있어 헬스케어 분야의 빅데이터와 다름없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15년간 웨어러블 개발 업체들의 보안 분야를 점검한 결과 50여 가지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사이버 보안 지침을 마련해 웨어러블 헬스 기기 제조 업체들에 배포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