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 후폭풍] “B-52 동시 폭격 땐 평양 지도서 사라질 것”
입력 2016-01-11 04:04
10일 낮 12시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 상공에 B-52 전략폭격기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나흘 만이다. B-52가 ‘크으으응’ 하는 굉음과 함께 공군기지 상공에 진입하자 활주로를 비롯한 오산기지 건물들이 부르르 떨렸다.
두 개의 날개와 몸체에 첨단 미사일 등 각종 무장을 가득 장착한 B-52는 ‘폭격기의 제왕’답게 엄청난 위용을 과시했다. 좌우측에는 한국 공군 주력 전투기 F-15K와 미 공군 F-16 전투기가 1대씩 10여m 간격으로 호위비행을 했다. B-52 전방에도 F-15K와 F-16이 100여m 앞서 엄호 비행했다.
B-52는 취재 중인 한국 언론을 고려해 고도를 100m로 낮게 비행했다. 한미연합사가 B-52의 공식 취재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전 6시 태평양상 괌의 앤더슨 기지를 출발한 B-52는 부산을 거쳐 태백산에서 F-15K 편대와 만나 오산기지 상공에서 한 바퀴 선회했다. 선회한 시간은 약 30초에 불과했다. B-52는 다시 기수를 부산 쪽으로 돌려 남해안으로 빠져나간 뒤 앤더슨 기지로 귀환했다. B-52가 한반도 영공에 머문 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연합사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B-52 3∼4대가 동시에 폭격을 가한다면 평양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B-52 출격이 북한에 얼마나 큰 위협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말이다.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돼 있는 B-52는 유사시 4∼6시간 안에 한반도 도착이 가능하다.
한·미 공군 지휘부는 단호한 모습으로 B-52의 무력시위를 지켜봤다. 테런스 오샤너시 미 7공군사령관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재래식 전력과 핵우산을 제공한다. 미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똑같은 확장억제 능력이 적용된다”고 했다. 이에 이왕근 공군작전사령관은 “확고한 연합 전력으로 어떤 도발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B-52는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전후에도 한반도에 출격했지만 그때는 30여일이 지나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 참가 명목이었다. 이번에는 4차 핵실험에 대한 직접 경고 차원에서 출격했다. 군 관계자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출동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만큼 미국이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미국은 이번 4차 핵실험이 ‘수소탄’ 실험은 아니지만 거듭되는 실험으로 북한핵의 소형화·경량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실험에 앞서 실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에서 사출 단계가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북한의 핵무장 속도에 미국은 상당히 놀랐다는 것이다.
또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와 교전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도 들어 있는 듯하다. B-52가 유사시 즉각 폭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해 북한의 오판을 막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대응에 따라 미국은 추가적인 전략무기도 한반도 인근으로 출동시킬 계획이다. 2월 실시되는 해상훈련에는 핵항공모함 파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또 다른 전략자산인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출동도 거론되고 있다. 핵잠수함을 동해에 상시 배치해 북한 잠수함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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