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신당 ‘국민의당’이 10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를 선언하며 탈당한 지 28일 만이다. 국민의당은 제1야당 탈당파 현역의원 상당수가 합류하면서 현실적인 ‘세력화’ 문제와 ‘새정치’ 사이의 조율이라는 당면과제도 떠안게 됐다.
국민의당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투톱으로 한 창당준비위원회를 가동했다. 발기인은 1978명으로, 김한길 문병호 의원 등 현역의원 6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안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피할 수 없는 승부가 예상된다. 안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낡은 정치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며 “산업화와 민주화의 건강한 뿌리를 계승하되 대대적인 분갈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신당의 근간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인정하는 중도·개혁주의 노선을 분명히 한 셈이다. 최근 인재영입 관련 논란을 의식한 듯 “착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 시스템으로 훌륭한 지도자를 많이 발굴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당은 다음달 2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안 의원은 창당 발기인대회 직후 호남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차례로 방문키로 했다. 11일엔 광주와 전남 순천을 방문해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다음날엔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권양숙 여사에게 새해 인사를 할 예정이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이 11일 더민주를 떠나 국민의당에 합류할 예정이다. 주승용 의원도 13일 탈당을 예고했고, 박지원 의원과 일부 광주·호남 의원 등도 조만간 결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두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예상보다 빨리 원내 교섭단체가 구성될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다. 국민의당 합류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그동안 문 대표가 ‘공천 요구 세력’으로 비난해 온 비주류 의원들이다. 벌써부터 더민주 측에서는 “제1야당에서 공천 받지 못해 떠난 사람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천 단계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제1야당 분열상이 신당에서 고스란히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발기인 가운데 2003년 9월 민주당 분당 과정에서 ‘이미경 머리채 사건’을 일으켰던 문팔괘 전 서울시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건은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문 전 의원이 신당 창당파인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를 잡아당긴 게 발단이었다. 문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전 서울 호남향우회 사무총장 임모(64)씨와 함께 서울대공원장직 임용을 대가로 박모(44)씨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었다.
더민주 탈당 후 안철수·천정배 신당을 놓고 저울질하던 권은희 의원이 국민의당을 택했다. 권 의원 측은 11일 오전 국민의당 합류 배경을 설명한다고 밝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대회]“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
입력 2016-01-10 21:46 수정 2016-01-11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