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대북정책] 서로 다른 ‘북핵 셈법’… 국제공조 시작부터 삐걱댔다
입력 2016-01-11 04:10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를 시작한 지 23년이 됐지만 곳곳에서 ‘빈틈’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중·일·러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혀 다른 대북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국제 공조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북한이 실제로 핵을 보유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아니면 단순한 협상 카드냐를 놓고 한반도 주변국의 입장이 서로 달라서였다.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이후에도 대북 정책에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관련 5개국의 북핵 정책이 강경 대응 쪽으로 수렴하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완전일치까지 나아가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북한은 바로 이 틈새에서 마치 ‘고삐 풀린 말’처럼 핵무기 실제 전력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북핵 문제는 1993년부터 국제 문제화됐지만 해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건 언제나 남한과 미국이었다. 핵을 가진 북한은 남한에 치명적인 안보적 위협이고, 미국 입장에서도 북핵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국제안보 질서에 걸림돌이다. 반면 일본은 표면적으론 한·미와 공조하는 듯하면서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나 북한 미사일 위협, 집단자위권 행사 등 주로 자기들 관심사에 연계하려는 행태를 보여 왔다.
입장이 더욱 복잡한 건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영향력을 넓혀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를 선포하는 등 장기적으로 국제질서 주도에 욕심을 내고 있다. 핵 비확산 원칙이 확고한 국제사회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동시에 ‘전략적 자산’인 북한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에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중국의 대북 양자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선뜻 중국이 칼을 빼지 못하는 이유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 등 서쪽에 더 관심이 쏠려 있지만 향후 극동 지역을 개발하는 ‘동방정책’을 본격 추진하게 되면 북한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중·러가 대북 포위망의 ‘빈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북핵 불용’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제사회에 언제 다시 균열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지금은 ‘물샐 틈 없는’ 공조를 자랑하는 한·미 또한 북핵을 둘러싸고 언제나 입장이 일치했던 건 아니었다. 노태우정부는 ‘북핵은 한반도 문제’라는 인식에 따라 미국의 개입을 불쾌해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미 공조가 첫발을 뗐지만 이후 20년 가까이 양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로를 두고 ‘소극적이다’ ‘과격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있지만 그만큼 한반도 정책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피로감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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