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치료비 보장 건강보험 첫 등장

입력 2016-01-10 21:06
한방 치료비를 보장하는 민영 건강보험이 등장했다. 실손형(실제 들어간 비용 보상)이 아닌 정액형(약정한 금액만 지급)이며, 양방 병원에서 먼저 진단을 받은 환자에 한해 한방 치료비를 지원하는 상품이다. 최근 한의업계와 보험업계의 합의에 따라 한방 비급여 의료비(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의료보험도 연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업계 최초로 한방 치료비까지 보장하는 ‘현대라이프 양·한방 건강보험’을 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 등 중대 질환에 걸린 가입자가 한방 치료를 받으면 첩약·약침·물리치료 등의 비용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이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도 생명보험협회에 신청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한방 치료에 대한 수요가 높음에도 통계 부족으로 상품 개발이 어려웠는데, 양방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한방 치료비를 보장한다는 역발상으로 통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이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방은 양방만큼 비급여 항목이 표준화·세분화돼 있지 않고 병원 간 진료비 편차도 커서 민영 건강보험 적용이 어려웠다. 일례로 약침의 경우 병원에 따라 5000원에서 30만원까지 최고 60배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지난달 초 한의업계와 보험업계가 한방 비급여 보장을 추진키로 합의하면서 상품 개발에 시동이 걸렸다. 이번 현대라이프 상품이 신호탄이다. 다른 보험사들도 한방 실손특약이나 정액형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업계에선 한방 비급여를 보장하는 상품이 본격적으로 나오려면 표준화 미비, 과도한 진료비 격차와 같은 한방 의료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에서 한방 비급여를 보장할 경우 한방 이용량 증가로 인한 손해율 및 보험료 급증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면서 “한의업계는 한방 진료행위의 표준화·세분화 방안을 마련하고 한방 의료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진료지침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