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 후폭풍] 中 이번에도 ‘북핵 3원칙’강조… 채찍모드에 찬물?

입력 2016-01-11 05:18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왼쪽)이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제4차 포병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옆에서 무릎을 꿇은 채 낮은 자세로 김 제1비서의 말을 듣고 있는 사진을 북한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또다시 ‘북핵 3원칙’을 내세웠다.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일각에선 “이번에도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포위망에 중국을 포함시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낸다는 박근혜정부의 ‘통일외교’ 전략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세 가지는 상호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왕 외교부장 발언은 윤 장관이 “북한의 지속되는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중국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하자 대답 형식으로 나온 것이다. ‘중국 역할론’을 제기하는 한·미에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선을 그은 것으로 읽힌다.

그는 또 북한 핵실험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유지하며 현재의 복잡한 정세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북핵 협상 궤도로의 복귀를 추진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여 지금 상황에서도 6자회담 재개를 고집했다.

앞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한·미 외교가에선 중국이 예전과 달리 대북 압박에 더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적 부담을 무릅쓰고 지난 9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으니 뭔가 ‘반대급부’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6일 중국 외교부가 4차 핵실험 직후 내놓은 논평에서 1·2·3차 때와 달리 “각 당사국이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을 생략하자 ‘중국이 뭔가 달라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연일 대북 강경책을 쏟아내는 한·미와 달리 중국은 갈수록 ‘냉정’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4차 핵실험 직후의 분노가 가라앉고, 정작 실제 행동에 나설 시점이 돼선 메시지 조절만 하는 셈이다.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차별화된 강력한 대응에 나서자”는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요청에 “합당한 대응을 하는 데 협력하겠다”고만 답했다. 왕 외교부장은 더 나아가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다른 국가들도 냉정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북핵 3원칙 중 가장 중시하는 건 ‘안정’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 결국 북한의 체제 유지를 뜻하는 말로, 혈맹인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전략적 관점이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4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지 못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3원칙을 재천명한 것도 결국 ‘립서비스’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의 강경한 태도가 도리어 중국을 위축시켰다는 문제 제기도 존재한다. 한·미 강경파 사이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와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배치 등이 거론되자 중국이 경각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던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당 서열 5위) 모습을 최근 기록영화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