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비용항공, 줄인 비용이 안전사고 ‘부메랑’ 됐나

입력 2016-01-11 04:07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국적 저비용 항공업계가 최근 잇따라 터진 사고로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저비용 항공사(LCC)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들이 양적 성장에만 집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LCC가 품고 있는 안전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점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연말 연초에만 4건의 LCC 사고가 줄줄이 발생했다. 진에어는 지난 3일 항공기 출입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이륙했다가 조종사가 긴급하게 회항을 결정했다. 출입문에서 들린 굉음으로 승객들은 귀 통증과 불안감을 호소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3일 기내 압력조절장치 이상으로 운항 도중 3000m를 급강하하는 사고를 냈다.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도 지난 연말 기체결함으로 결항·연착하면서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저렴한 항공료를 위해 LCC가 줄인 비용이 결국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LCC가 보유한 항공기들은 평균 기령이 대형 항공사 대비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적 LCC 5개 업체의 기령은 10.3∼14.9년 수준으로 평균 12.6년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9.4년, 9.1년이다.

LCC는 비용절감을 위해 운항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다보니 기체 노후화 진행이 기령보다 빨리 진행된다는 의견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0일 “높은 기령이 규정상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노후된 기체는 결국 잦은 잔고장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노선확대로 LCC 내부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중국에서 웃돈을 주고 대거 조종사를 빼가면서 인력문제도 악화되고 있다. 기장 승진이 적체된 대형 항공사를 퇴직한 뒤 LCC에서 경력을 쌓고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는 식이다.

부족한 정비인력도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제주항공은 240명, 이스타항공은 120명, 티웨이항공은 80명 정도의 정비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의 정비인력은 3400명에 이른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가 화물기를 포함해 총 158대라는 점을 감안해도 10∼20대를 보유한 LCC에 비해 기체당 정비인력이 많다. 총 84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정비인력이 1330명 정도다.

국토부는 8일 항공사 사장들을 긴급 소집해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를 일으키면 노선 감축과 운항 정지 등 적극적으로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토부는 11일부터 다음 달까지 국적 LCC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LCC업계는 최근 사고들을 계기로 더욱 철저하게 안전을 챙긴다는 계획이다. LCC 관계자는 “그간 LCC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바탕으로 승객들의 신뢰를 얻었고, 저렴한 항공료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잦은 사고는 업계 전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는 그 무엇보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