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엘리엇 공시의무 위반” 결론

입력 2016-01-10 21:15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주요 주주로 등장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옛 삼성물산의 지분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대량 보유 공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금융 당국이 결론내린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대량 취득 사실을 숨기기 위해 파생 금융상품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판단은 이미 선 상태”라며 “외국 펀드에 대한 차별이라는 말이 행여라도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신중히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량 보유 공시 의무는 한 회사의 주식 5% 이상을 특정인이나 특별관계자가 취득하면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6월 4일 옛 삼성물산 지분을 7.12%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불과 2일 전까지 4.95%를 유지하다 급격히 늘렸다. 금감원은 엘리엇이 메릴린치, 씨티 등 외국계 증권사 여러 곳과 삼성물산 주식 TRS 계약을 맺은 사실을 밝혀냈다. TRS는 주가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한 파생 금융상품이다. 엘리엇은 TRS 계약을 해지·정산하면서 삼성물산 주식 상당량을 인수했다. TRS로 실제 주식 인수가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당국은 엘리엇이 대량 보유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TRS를 이용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이 때문에 제재를 받은 전례가 없어 최종 제재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