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은 공기구멍이 뚫려 있어 구멍탄 혹은 구공탄이라고도 불렸다. 과거에는 생활필수품이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보듯, 겨울철 집집마다 창고에 높이 쌓아놓은 연탄은 ‘넉넉함’의 상징이 되곤 했다.
기름보일러와 도시가스에 자리를 내주면서 이제 구경조차 못해본 이들이 많지만, 아직도 연탄으로 겨울 난방을 해결하는 집이 전국에 16만8000가구나 있다. 이 중 10만 가구는 연탄 구입비도 감당하기 힘든 ‘에너지 빈곤층’이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도 연탄난방 가구가 밀집해 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9일 오전, 국민일보 조민제 회장과 최삼규 사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이번 겨울 추위를 이겨낼 연탄을 전달하러 이곳을 찾았다.
국민일보 임직원은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과 함께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사랑의 연탄 후원 및 봉사활동’에 나섰다. 연탄 2000장을 기부하고 독거노인 등 구룡마을 에너지 빈곤층 10가구에 연탄을 200장씩 전달했다. 200장은 한 가구가 1∼2개월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1000세대가 거주하는 강남구 구룡마을 8지구는 절반 정도인 500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이날 아침 8지구에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공장에서 갓 만들어진 연탄 2000장이 쌓여 있었다. 아침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차가운 날씨 속에 임직원들은 한 장에 3.65㎏인 연탄을 4, 5개씩 지게에 짊어지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각 가정에 전달했다. 수십명이 길게 늘어서서 릴레이로 연탄을 배달하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임금숙(83) 할머니는 하루에 연탄 4장을 땐다. 추운 날에는 저녁에 연탄 1장을 아궁이에 더 넣어야 한다. 1장에 600원인 연탄값은 기초생활수급자인 임 할머니 부부에게 큰돈이다. 할머니는 집밖으로 나와 “추운 날씨에 정말 고맙다”며 연탄을 나르던 임직원들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조 회장은 “얼마 전 구룡마을에 화마가 덮쳐 1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회적 관심과 이웃의 사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국민일보와 함께하는 사랑의 연탄나누기 캠페인이 한국사회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적을 이뤄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연탄을 때는 전국 16만8000가구에 따뜻한 온기가 더욱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탄은행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탄 후원 및 봉사활동은 ‘국민일보와 함께하는 희망의 나라, 사회공헌 캠페인’의 일환이다. 1998년 설립된 연탄은행은 기독교 신앙과 시민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과 연탄을 제공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국민일보 임직원 구룡마을서 봉사활동] 지게로… 릴레이로… 한파 녹인 ‘사랑의 연탄 나누기’
입력 2016-01-10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