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10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은 이달 중 서울 부산 인천 광주 전남·북 등 시도당 창당대회를 개최한 뒤 다음달 초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어 창당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는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 일정을 감안한 것이지만 다음달 15일까지 창당을 마치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야 총선 전 87억9000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 크게 작용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발기취지문에서 1970년대식 개발독재의 유산과 1980년대식 운동권 체질에서 벗어나 성찰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새로운 대안정치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당이 밝힌 대로 이념대립과 지역갈등을 극복해야 정치가 발전한다. 그러나 새정치는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민과 한 약속을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해 반사이익을 누리려 하기보다는 국민의당만의 차별화로 승부를 걸어야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다. 기존 정당들과 다르지 않다면 국민의당 존재 이유는 무의미하다.
급선무는 ‘안철수당’, ‘호남당’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으로 내세웠지만 당내에서 차지하는 안 의원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2000명 가까운 창당 발기인 중 대부분이 안 의원을 보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당의 무게추가 지나치게 특정 개인에게 쏠릴 경우 십중팔구 명망가 정당으로 전락한다.
국민의당 참여세력이 호남 중심이어서 총선 때 수도권 일부와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의미 있는’ 후보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민주 지지기반을 허무는데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 영역까지 세력을 확장해야 전국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신당 창당의 명분도 있다.
[사설] 국민의당, ‘안철수당’ ‘호남당’ 이미지 탈피가 관건
입력 2016-01-10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