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국립극단 원로단원인 백성희(사진) 선생이 지난 8일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91세.
본명이 이어순이(李於順伊)인 고인은 192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일본에 유학 갔던 외삼촌이 가져온 다카라즈카 소녀가무단 팸플릿을 보면서 배우를 꿈꾸게 됐다. 동덕여고 시절 부모 몰래 빅터무용연구소 연구생으로 들어간 그는 43년 극단 현대극장 단원으로 입단해 ‘봉선화’로 데뷔한 후 연극 한 길만을 걸어왔다.
현대극장을 비롯해 낙랑극회, 신협에서 활동한 고인은 50년 국립극단 창립 단원으로 합류했다. 72년 국립극단 사상 최초로 시행된 단장 직선제에서 최연소 여성 국립극단 단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리더십을 인정받아 91년 다시 한 번 국립극단 단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98년부터 국립극단 원로단원에 선임됐고, 2011년에는 배우의 이름을 딴 국내 최초의 극장인 ‘백성희장민호극장’의 주인공이 됐다. 국립극단 창립 이후 평생을 단원으로 지낸 경우는 그가 유일해서 ‘영원한 국립극단 단원’으로 불린다.
고인은 “작품은 가려서 선택하지만 배역은 가리지 않는다”는 신조 아래 평생 400여편의 연극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특히 2011년 초연된 ‘3월의 눈’은 국립극단이 2012년 타계한 장민호 선생과 그를 위해 헌정한 작품이었다. 그는 2013년 ‘3월의 눈’과 ‘바냐아저씨’에 출연한 이후 건강이 악화돼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듯 고인은 연극계 후배들의 도움을 얻어 지난해 12월 회고록 ‘백성희의 삶과 연극-연극의 정석’을 발간했다. 국립극단은 고인의 회고록 발간에 맞춰 연극인 심포지엄 ‘국립극단 65년과 백성희’를 개최하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2일 오전 8시30분이다. 장례는 대한민국 연극인장으로 치러지며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영결식을 갖는다.
영결식 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연출로 노제가 진행된다. 장지는 분당메모리얼파크.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배우 백성희씨 별세… 70년 넘게 400편서 활동한 한국 연극계 代母
입력 2016-01-10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