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불 꺼질라”… 삼성전자 공장 이전 ‘벌집 쑤신’ 광주

입력 2016-01-10 18:44
삼성전자 광주공장 생산라인 이전 소식이 새해벽두에 전해지자 광주시민과 협력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용과 생산 감소가 불가피해 가뜩이나 위축된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냉장고 제조라인 3곳 중 김치냉장고를 생산하는 1곳이 이달 중 해외로 옮겨갈 것으로 파악됐다”고 10일 밝혔다. 성수기에는 최대 50만대 이상의 김치냉장고를 생산해온 핵심시설을 통째로 베트남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인건비 등 비용절감 차원에서 올해 5월 완공, 7월 가동을 목표로 베트남 호치민시 동부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총 사업비 26억 달러(3조1187억원)를 들여 2014년부터 70여만㎡ 규모의 새 가전공장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김치냉장고뿐 아니라 세탁기와 에어컨 생산라인 일부도 베트남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시는 삼성전자가 광주사업장과 생산라인이 겹치는 베트남 새 가전공장에 올해 말까지 저가형 세탁기와 냉장고 생산라인을 옮기고 내년 말까지는 에어컨 생산라인 일부도 이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2년 내에 광주 사업장 전체 생산라인의 20∼30% 이상이 순차적으로 해외 이전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4년과 2010년에도 세탁기와 친공청소기의 일부 생산라인을 멕시코와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했었다.

광주시와 150여곳의 협력업체들은 생산라인의 추가이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 8일 광주사업장을 방문,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향후 이전 계획 등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유휴시설에는 헬스케어 등 다른 사업을 추진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광주시는 이와 별도로 오는 15일까지 협력업체들을 방문해 예상되는 피해조사와 함께 업종전환이나 연구개발 지원 등을 협의할 예정이지만 ‘뒷북 대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시민들은 “생산라인 폐쇄와 이전을 그동안 비공개로 추진해온 삼성전자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최소한 협력업체들에게 대비할 시간을 줬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89년 문을 연 광주사업장은 현재 49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이 곳의 연매출은 4조8000억원 수준으로 광주 지역내총생산(GRDP)의 17.5%를 차지한다. 연간 납부하는 지방세만 300억원에 가까워 광주권 사업체 중 단연 1위다.

광주시는 2004년 삼성전자 앞 도로를 ‘삼성로’로 명명하고 최근 10년 동안 가전산업 육성을 위해 1800억원의 예산 지원을 해왔다고 밝혔다.

광주시 이상배 전략산업본부장은 “생산라인 이전은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을 불러올 수 있다”며 “상생발전을 외쳐온 삼성전자가 지역경제 몰락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