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다져온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내공은 단단했다.
지난 9일 서울시향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정명훈 전 예술감독 사임 이후 첫 연주회를 가졌다. 당초 정 전 감독이 지휘하려던 이번 음악회는 독일 출신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로 대체됐고, 사의를 표명한 스베틀린 루세브 악장 자리에는 웨인 린 부악장이 앉았다.
최근 서울시향을 둘러싼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번 연주회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연주 수준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시향의 역대 연주회 가운데 손꼽을 정도라는 칭찬까지 나왔다. 객석을 메운 2300여명의 관객들 역시 뛰어난 연주를 들려준 서울시향에 아낌없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연주회의 메인 프로그램인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은 오케스트라 레퍼토리 중에서도 어려운 곡으로 꼽힌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까다롭다는 의미를 넘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브루크너의 영적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에센바흐의 지휘봉 아래 펼쳐진 서울시향의 연주는 극장 사운드가 좋지 않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도 진한 감동을 이끌어냈다. 또 공연 전반부에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최예은의 서정적인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서울시향의 이날 연주에 대해 클래식 전문가와 팬들은 지난 10년간 정 전 감독과 함께 쌓아온 연주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서울시향이 이제는 예술감독이나 악장의 사임으로 연주력이 흔들릴 만큼 불안정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휘자의 음악적 개성에 맞춰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새로운 예술감독 선임을 비롯해 정 전 감독과의 인연으로 들어온 핵심 단원들과의 재계약 등 서울시향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문제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날 연주회의 성공으로 서울시향 단원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된 듯하다. 공연을 마친 후 단원들이 평소와 다르게 서로 끌어안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향은 16, 17일 정기공연 지휘자를 11일 공지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정명훈 없는 서울시향 ‘홀로서기 연주’ 빛났다
입력 2016-01-10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