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눈 건강 주의하세요… 한파·건조한 날씨에 고혈압망막증·눈 중풍 빨간불

입력 2016-01-12 04:16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유용성 원장이 고혈압망막증에 의한 출혈이 의심되는 장년 남성 환자의 망막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누네안과병원 제공
기습 한파가 이어지면서 고혈압 환자 눈 건강에 빨간 불이 커졌다. 눈에 띄게 떨어진 기온과 건조한 날씨가 고혈압망막증과 망막혈관폐쇄증(눈 중풍), 안구건조증 등 겨울철 눈 질환 발생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건양의대 김안과 망막병원 김종우 교수는 11일 “망막혈관이 막히거나 시신경 유두 부위가 부어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고혈압 망막병증 환자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조절 못지않게 눈 건강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다.

고혈압 망막병증이란 높은 혈압에 의해 눈의 망막혈관이 손상되는 경우를 말한다.

발병 위험은 고혈압을 앓은 기간과 비례해 높아진다. 고혈압으로 혈압이 계속 높아지면 혈관을 이루고 있는 근육과 내피세포가 손상돼 시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을 못이긴 망막혈관이 터져 출혈을 일으키거나 망막에서 시신경다발 속으로 들어가는 시신경 유두 부위가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고혈압을 오래 앓았거나 혈압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많이 나타난다.

날씨가 추울 때 망막질환을 경계해야 할 사람은 고혈압 환자뿐이 아니다. 김 교수는 “당뇨, 비만, 심장병 환자도 기온이 많이 낮은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시간에는 운동이나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어쩔 수 없이 외출할 때는 춥지 않게 보온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망막혈관폐쇄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망막혈관폐쇄증은 혈관 내 찌꺼기인 혈전에 의해 뇌혈관이 막히는 중풍과 비슷해 ‘눈 중풍’으로 불리는 병이다.

망막은 우리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얇은 신경조직이다. 빛을 감지하는 시세포와 많은 혈관이 분포돼 있다. 망막에는 크게 4분지의 동맥과 정맥이 혈액을 공급하고 순환시킨다. 그런데 이 혈관이 막히면서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망막을 손상시키는 것이 망막혈관폐쇄증이다.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유용성 원장은 “주로 50대 이상 장·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그 중에서도 고혈압, 동맥경화증,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순환기병을 앓는 사람에게 흔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게 발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때로는 망막 출혈로 인해 눈앞에 거미줄 같이 어른거리는 물체가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선 고혈압망막증처럼 혈압관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혈압이 높아지지 않게 기름지고 짠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겨울철에는 야외에서 운동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헬스클럽을 이용하거나 건물 내에서 계단 오르기 등으로 실내운동을 한다.

안과 정기검진도 필요하다. 유 원장은 “망막혈관폐쇄증에 의한 시력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은 눈 검사밖에 없다”며 “조기에 발견하면 주사 치료나 레이저 요법으로 시력을 되찾는 길도 열린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눈이 뻑뻑하면서 쉽게 충혈이 되고, 눈이 따갑고 시리기도 하며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통증, 모래알이 구르는 듯한 이물감이 느껴진다면서 안과를 찾는 환자도 많다. 안구건조증이다. 건조하고 싸늘한 겨울바람이 눈을 메마르게 한 탓이다.

이때는 인공눈물을 정기적으로 넣어 수분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대처한다. 아울러 수시로 물을 마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가습기를 이용해 실내공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TV를 시청할 때는 틈틈이 휴식을 취하며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작업 중 눈에 이물감이나 건조함이 느껴질 때는 의식적으로라도 눈을 자주 깜빡거리면 눈물이 흘러 나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