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준비를 결정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즉흥적 결정과 기습적인 행동이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 혹시 가용할 수 있는 정보자산이 북한의 공포정치에 집중한 것은 아닌지.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취소 후 핵실험 준비를 결정했다. 공연 취소와 핵실험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에는 핵이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읽힌다. 신년사 발표 사흘 만에 핵실험 실시를 결정하고 사흘 만에 핵실험을 단행했다. 기다렸던 중국의 메시지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4차 핵실험의 직접적 요인은 대중 불쾌감으로 추정된다.
2008년 12월 6자회담이 중단됐다. 중단 요인은 북한 정세에 대한 이명박정부의 자의적 분석에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해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이 10월 북한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방북했다.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힐은 9·19공동성명 이행 문제를 논의했다. 두 사람은 북핵의 불능화 단계에서 부분적 검증을 하고 핵 폐기 단계에서 전면적 검증을 하는 데 구두 합의했다. 힐은 북한의 의사결정이 정상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명박정부는 김정일 위원장 와병 기간에 전면적 검증을 하도록 미국을 설득했다. 김 위원장 와병 중에 밀어붙이면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부시 행정부도 임기 말 외교적 성과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명박정부의 설득을 수용했다. 북한은 구두 합의 위반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6자회담 중단 이후 세 차례 핵실험을 단행했다.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도 세 차례 했다. 대화 단절이 핵실험을 부른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의 비핵화보다 비확산에 초점을 맞췄다. 박근혜정부는 한·미·중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 정책을 펼쳤다. 북한은 압박 공조에 핵능력 고도화로 맞섰다. 박근혜정부의 북핵 정책은 실패했다. 정책 실패를 되돌아보는 사람이 없다. 실패는 있는데 반성이 없다면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8일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비정상적인 사태로 규정했다. ‘8·25합의’서에 비정상적인 사태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이 없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를 비정상적인 사태라고 해석한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비정상적인 사태로 규정하고 핵실험으로 맞대응한다면 우리의 논리는 궁색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징벌용인지, 북한 도발의 억제용인지, 북한 군부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자극용인지, 북한 병사들과 주민들 각성용인지, 아무런 용도 없이 확성기 방송 자체가 목적인지 불분명하다. 입구전략을 짤 때는 출구전략도 염두에 두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정부의 출구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확성기 방송은 무익하다. 북한 병사들과 주민들을 각성시켜 대남 동경심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군부와 김 제1비서를 흥분시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존엄을 중시하는 체제의 특성에 있다. ‘더 인터뷰’ 영화는 북한 병사, 주민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한다. 바로 체제와 존엄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의 도발은 교전수칙에 의해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핵실험과 같은 도발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가 현실적이다.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가 있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대화의 끈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전쟁 중에도 대화를 한다. 대화는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강함의 표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교수
[한반도포커스-양무진] 확성기 방송 목적이 뭔가
입력 2016-01-10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