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8일 낮 12시를 기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확성기 방송을 개시하는 등 대북 심리전에 돌입했다. 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 최전방 부대 11곳에서 136일 만에 재개한 확성기 방송에는 북한 주민 인권탄압 등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군은 특히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비, 확성기 방송 시설이 설치된 지역에 최고 경계태세(A급)를 발령하고 대북 경계·감시·타격 무기도 속속 보강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생일에 재개된 확성기 방송에 따라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군은 북한군이 확성기 방송 시설을 공격할 경우 북한군보다 3∼4배의 화력을 쏟아부어 강력 응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 헌장 51조에 의거, 즉각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북한군은 대북 방송이 전파되는 걸 막기 위해 내부 ‘방어 방송’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 최전방 일부 부대 몇 곳에서 대남 방송을 시작했다”며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을 듣지 못하도록 자체적으로 스피커 방송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확성기 설치 지역에는 CCTV와 적외선 감시장비가 장착된 무인정찰기, 토우 대전차 미사일, 대공 방어무기 비호, 대포병 탐지레이더(AN/TPQ-36) 등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K-4 고속유탄기관총, K-3 기관총, 90㎜ 무반동총 등도 즉각 응징 태세를 갖추고 있다.
확성기 방송 개시에 앞서 북한군도 대남 감시를 강화하고 최전방 일부 포병부대의 장비와 병력을 증강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뚜렷한 포격도발 준비 징후는 드러나지 않았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 정보감시 태세인 ‘워치콘’은 평시 상태로 유지하면서도 한·미 연합 감시자산 등을 동원해 북한 동향 정밀 감시에 들어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오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위한 중국의 적극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부장은 “북핵 문제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평화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핵 문제의 협상 궤도로의 복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사흘째 열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른 북한 움직임과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남혁상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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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비판 對北 심리전 돌입… 軍, 11곳서 확성기 방송
입력 2016-01-09 00:50 수정 2016-01-09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