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행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가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중동에 널리 퍼진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 유전적으로 변화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독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확산 속도가 빨랐던 게 ‘유전적 변이’ 때문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질병관리본부는 8일 브리핑에서 “바이러스가 염기서열이나 아미노산 수준에서 ‘차이(variation·베리에이션)’를 보인 것은 맞지만 감염력이나 독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정도의 ‘변종(variant)’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질본은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사우디아라비아와 ‘0.1% 차이’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0.1% 차이에 대해 “‘스파이크당단백질’의 전체 염기서열 4062개 가운데 8개에서 염기 치환(변이)이 있었고, 아미노산의 염기 1353개 중 4개의 치환에 의한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또 보건 당국은 국민이 우려할 만한 수준의 ‘변종’으로 보려면 ‘8% 이상의 변이’가 있어야 하는데, 훨씬 못 미친다고 했다. 보건 당국은 그동안 메르스 바이러스의 국내 변이 가능성을 부인해 왔고, ‘변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질본은 “베리에이션이라는 용어를 직역하면 ‘변이’인데, 이렇게 하면 독성이나 치명률 차이 등 중증 변종 바이러스로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주실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해 6월 2번째 메르스 환자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체 분석 결과(당시 사우디 바이러스와 99.82% 일치)와 다르지 않았고 이번 추가 연구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기에 논문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슈퍼 전파자’의 메르스 바이러스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연구 대상에는 슈퍼 전파자로 불리던 14번과 16번째 환자의 검체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대규모 메르스 감염 사태를 일으킨 1번째 환자의 검체가 포함됐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교수는 “유전자 분석에서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환자와 아닌 환자 사이의 차이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0.1%의 변이’가 구체적으로 전파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세포 독성실험이나 동물실험 등 보다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김성순 질본 호흡기바이러스과장은 “스파이크당단백질 8개 분석 결과만으로 일반화시키기 곤란한 만큼 유전자의 변이와 질병 양상의 관계를 파악하려면 심층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추가로 슈퍼 전파자 5명을 포함한 메르스 환자 32명에게서 바이러스 41개주를 분리해 전체 유전체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감염 확산에 영향 가능성
입력 2016-01-08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