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마리킴, 설레는 학고재 나들이… 시민들 반응은?

입력 2016-01-10 18:42 수정 2016-01-12 18:55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마리킴 작가. 작은 사진은 현재의 아이돌(왼쪽)과 미래의 아이돌을 형상화한 작품. 학고재갤러리 제공

유명 컬렉터의 작품 구입도 신진 작가가 이름을 알리는 돌파구가 된다. 팝 아티스트 마리킴(38)도 그런 경우다. 그녀는 미술전공자가 아니다. 2006년 호주 로얄맬버른 공과대학(RMIT)에서 크리에이티브 미디어로 석사를 받았고, 출발은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였다. 2007, 2008년 개인전을 하면서 선보인 초기 작품도 오랜 기간의 미술적 훈련이 필요한 회화나 조각 등이 아니라 컴퓨터그래픽으로 작업한 걸 캔버스 등에 프린트한 것이다.

마리킴의 대표 캐릭터는 만화에서 따온 ‘아이돌’ 이다. 만화 여주인공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보석이 박힌 크고 검은 눈이다. 눈(eye·아이)과 인형(doll·돌)을 합쳐 창안한 ‘아이돌(eyedoll)’ 캐릭터에 주목한 컬렉터가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다.

아이돌(idol·대중스타)을 키우는 그가 2011년 이 신출내기 작가의 작품을 구입한 게 알려지면서 마리킴도 유명세를 탔다. 마리킴은 YG의 대표 걸그룹 2NE1의 ‘헤이트 유(Hate You)’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제작에 협업하기도 했다.

마리킴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13일 개막된다. 고미술로 출발해 중량감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무대가 된 학고재에서 생기발랄한 팝아트 작가의 전시가 열려 의외다. 학고재 우찬규(59) 대표의 차남 우정우(29) 큐레이터 데뷔전이라면 이해가 갈 것이다. 한국 학고재에서 팝아트 작가 개인전은 처음이다. 정우씨는 “단색화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로 평가받고 있지만 박서보 등 대가들이 단색화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30대 청년 작가시절이었다”며 “지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시도들이 시간이 흐르며 주류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아이돌의 이미지가 창세기(과거), 현재, 미래를 거치며 다양하게 변주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창세기 아이돌은 원시의 인류처럼 개성이 없다. 기존 프린트 작업 대신 구시대 유물을 상징하기 위해 손수 그리는 회화작업을 했다. 현란했던 느낌을 줄이기 위해 머리카락 색과 입술 색을 동일하게 하는 등 색 사용을 최소화했다. 반면 현재의 아이돌은 개성이 강한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화려하게 표현했고 입술 색을 유난히 강조했다. 표현매체도 프린트, 디아섹(압착 사진), 영상 등으로 진화한다.

미래의 아이돌은 우주로 떠난다. 이미지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모한다. 아이돌의 몸통은 사라지고 머리만 남는데 가장 중요한 눈이 분할되고, 구슬처럼 밖으로 발사되기도 해 비현실감을 극대화시킨다. 전시 제목 ‘SETI'는 외계지적생명체탐사의 영어 약어다. 2월 24일까지(02-720-1524).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