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업체를 부실 인수해 나랏돈 5500억원을 낭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무죄 석방됐다. 인수 과정에 과오가 있다고 평가할 수는 있어도 고의로 손해를 끼친 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사건임에도 형사 처벌을 받는 사람은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캐나다 자원개발업체인 하베스트를 부실 인수한 혐의에 대해 “강 전 사장이 손실을 용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시한 부실 인수 근거는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하베스트와 자회사를 시장가보다 5500억여원 비싼 4조5000억여원에 인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수 후 실제 발생한 손해액은 2조원으로 추산된다.
재판부는 하베스트 자산가치 평가가 4일 만에 진행된 점에 대해 “기한 안에 해야 할 사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베스트가 제3자에게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 때문에 협상 기한 연장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석유공사 측이 다른 석유회사를 인수하려 했다면 더 많은 자금이 들었을 거라고 봤다.
또 재판부는 “하베스트 인수 이후 발생한 문제점은 대부분 사후적인 사정들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실사를 통해 문제점을 미리 발견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강 전 사장이 경영평가를 잘 받으려고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3월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강 전 사장을 기소했지만 엄격한 배임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배임죄 인정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며 “항소해 다시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나성원 기자 naa@kmib.co.kr
‘5500억 손실’ 강영원 前석유공사 사장 1심 무죄
입력 2016-01-08 19:47 수정 2016-01-08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