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공모제 잘 보세요 미래 ‘대작가’가 보입니다… 금호미술관 ‘등용문’ 통과 작가들 첫 전시회

입력 2016-01-10 18:41
금호미술관이 시행하는 ‘2016년 금호영아티스트’에 선정된 작가들. 왼쪽부터 박광수, 최수인, 조재영, 장재민. 아래 작은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2010년 과천관에서 개최한 ‘젊은모색 30년전’ 전시 전경. 미래의 블루칩 작가를 고르고 싶다면 미술관에서 시행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눈 여겨 보는 게 좋다. 금호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수십 년 후 미술계 거목이 될 신진 작가를 족집게처럼 미리 알아보는 방법은 없을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작품은 사고 싶지만 주머니가 얇은 게 문제다. 월급쟁이 초보 컬렉터라면 '떡잎 작가'를 감별하는 안목에 대한 갈증이 더 클 것이다. 주요 미술관이 시행하는 공모제와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눈여겨보길 추천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걸러내는 만큼 미래 대장주의 탄생 토양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호미술관. ‘2016년 금호영아티스트’ 4인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둔 날이다. 전시장에 진열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 최수인의 표정이 한껏 상기돼 있다. 29세에 이런 등용문을 통과한 기쁨이 커보였다. 그녀는 2012년 한국예술종학학교 전문사(석사)를 졸업한 후 개인전 경력 2회에 불과한 신예다. 심사위원들은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구현한 추상적 풍경이다.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평했다.

금호그룹 계열인 금호미술관은 신진 작가 지원을 위해 2004년부터 매년 영아티스트 프로그램 공모를 한다. 선정된 4명에게는 전시를 열어준다. 최 작가와 같이 선정된 박광수(32·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장재민(32·홍익대학교 회화과), 조재영(37·이화여대 조소과) 등 나머지 3명도 30대로 젊다. 지하 1층∼지상 3층의 각층이 작가별 개인전 공간이 됐다. 올해는 설치 작품을 선보인 조재영을 제외한 나머지 작가들이 모두 회화라는 점이 특이하다. 전시는 2월 14일까지 열린다.

◇될성부른 나무 키운다=미술대학에서 실기를 전공하고 졸업하면 대개 개인전이나 그룹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한다. 미술계에서 신진 작가는 통상 대학 졸업 후 개인전 1∼4회 정도를 가진 35세 이하를 말한다. 요즘에는 유학 등으로 데뷔가 늦어지는 추세라 45세 이하로 확장되고 있다.

꿈 많은 이들이 중견 작가로 성장해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업 작가로 성장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만큼 어렵다. 국·공립 및 유수의 사립미술관에서 운용하는 공모제 혹은 추천 프로그램은 미술계의 될성부른 나무가 될 떡잎을 미리 발굴해 키워주는 통로다.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 1982년 폐지된 이후 이런 공모 및 지원 프로그램이 화가로 대성할 수 있는 등용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어떤 게 있나=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공립뿐만 아니라 삼성미술관 리움, 금호미술관, OCI미술관 등 재력과 뜻을 갖춘 민간 미술관에서도 젊은 작가 발굴 및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모색전’이 가장 권위 있고 오래됐다.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출발했다. 민주화 바람과 함께 국립기관의 보수성을 깨로 신진 작가들의 실험성을 살려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격년으로 내부 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이불·최정화·서도호 등 중견 스타 작가들이 이곳을 거쳤다.

민간에서는 2001년 시작된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전’이 유명하다. 2014년부터는 지원을 강화해 선정된 10명 중 1명에게 전체 전시 외에 별도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개인전을 열어주고 있다. 이형구(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문경원(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김성환(2013년 테이트모던 탱크 갤러리 선정 작가) 등을 배출했다. 김노암 전시감독은 “프로그램이 권위와 신뢰를 갖춘 덕분에 작가에게도 향후 활동에 대한 격려와 자극이 된다”며 “특히 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할 때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스펙이어서 역량 있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