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거듭되는 핵실험으로 핵 고도화를 빠르게 진전시키면서 우리 안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재래식 무기에 비해 압도적 위력을 지닌 ‘절대 무기’에 대응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서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 전력화하면 남북한 군사력 균형은 붕괴된다. 그만큼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머지않아 ‘미사일’이라는 운반체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닷속에 들어가면 탐지하기 힘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도 계속하고 있다. 이르면 1∼2년 내 SLBM 개발도 완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핵 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 대응방안은 핵무장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 정부의 비핵화 방침이 확고하고 미·중 등 한반도 주변 열강도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은 재래식 무기를 주축으로 북한 핵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 대응방안이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 구축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을 보이거나 발사할 경우 선제 타격이나 요격을 통해 방어한다는 구상이다. 이 체계가 성공하기 위해선 탄탄한 정찰·감시 능력이 확보돼야 한다. 사용 징후를 즉각 파악해 위협경보를 내릴 수 있어야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일 실시된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우리 군이 전혀 사전 인지하지 못했다. 군의 정찰·감시 능력이 ‘깜깜이’ 수준이란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우리 군이 북한 핵시설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은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대부분의 정찰자산은 미군 소유다.
현재 군은 4대의 E-737 공중조기경보기(피스아이)와 금강·백두 정찰기를 운영 중이다.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도 도입 예정이지만 북한 핵 활동을 정밀 감시하는 데 제한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대북감시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2020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도입하는 425사업은 올해 100억원에서 80억원이, 정보수집함에 탑재되는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예산도 99억원에서 74억원으로 깎였다.
장비뿐 아니라 북한 움직임을 정밀 분석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정보 분석가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은폐와 기만에 능한 북한의 행태를 꼼꼼히 분석하기 위해선 오랜 경험과 탁월한 분석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군에서 대북 정보 분석은 일은 많고 진급은 늦은 대표적인 ‘3D 직종’이다. 때문에 대북 정보 판단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군에서 ‘북한통’으로 손꼽히는 장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군이 실시하는 각종 훈련과 작전계획에도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부분은 극히 적다. 유사시 군이 공격하는 주요 표적에 핵시설이 들어 있지만 도입 예정인 스텔스 전투기 F-35, 순항미사일 현무-3 등으로 핵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정밀폭격을 한다 하더라도 방사능 유출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예비역 장성은 “공격계획을 보다 면밀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미동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맞춤형 억제전략에 대한 보장을 미국으로부터 보다 확실하게 받아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핵폭탄이 태평양상의 주요 미군기지를 타격할 경우 미군 증원군 파견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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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08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