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말라간다… 메르스로 미뤘던 수술 몰려 재고 1∼2일분 그쳐

입력 2016-01-08 21:08

피가 마르고 있다. 혈액 재고량이 1∼2일분까지 뚝 떨어졌다. 일부 지역은 A형과 O형 혈액 재고가 하루치도 안 돼 비상이 걸렸다. 보건 당국은 2007년 이후 금지됐던 말라리아 유행 지역에서의 헌혈을 9년 만에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0시 현재 대한적십자사, 한마음혈액원 등의 적혈구 제제 평균 보유량이 2.3일분이라고 밝혔다. 적정 보유량(5일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복지부는 혈액 재고량이 5일분 밑으로 떨어지면 혈액수급 위기 단계를 ‘주의’로 격상한다. 2일분 아래가 되면 ‘경계’로 올린다. 현재는 경계 직전 단계다. 1일분 밑으로 떨어지면 ‘심각’으로 높이고 즉각 대응태세에 돌입한다.

혈액 부족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탓이 크다. 메르스 여파로 미뤘던 수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혈용 혈액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단체헌혈은 메르스 영향으로 전년보다 2만7000여건 감소했다. 최근엔 학교의 방학으로 10, 20대의 단체헌혈이 줄었다.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1월에 날씨가 추워 헌혈자가 더 줄 수 있다. 재고량이 1일분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상황반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혈액형별 평균 재고량은 A형 1.8일분, O형 1.9일분, B형 3.3일분, AB형 2.3일분이다.

적십자사 경기혈액원의 이날 현재 혈액 보유량은 1.8일분이다. 최근 6년간 최저 수준이다. 부산혈액원의 혈액 보유량은 1.1일분으로 떨어졌다. 특히 A형은 0.4일분, O형은 0.5일분에 불과하다. 광주전남혈액원의 혈액 보유량도 2일분에 그쳤다.

복지부는 말라리아 유행 지역의 헌혈을 오는 3월까지 허용했다. 경기도 파주·김포, 인천 옹진군과 강화·영종·용유·무의도, 강원도 철원, 북한 전지역(백두산 제외) 등에 하루 이상 체류했어도 헌혈을 할 수 있게 됐다. 군인들의 단체헌혈을 기대한 조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선 병원의 경우 자체적으로 4∼5일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혈액 부족으로 수술을 못 하는 사태가 빚어지지는 않지만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