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는 올해부터 ‘말씀의샘’이란 큐티( QT·Quiet Time) 교재 시리즈를 펴낸다. 성경 본문과 해설, 다양한 주제의 글을 요일별로 수록했다. 주제는 미술(월) 청년(화) 문학(수) 음악(목) 창작(금) 간증(토) 등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김병삼 목사)는 ‘나무생각’이라는 QT 잡지를 발간한다. 격월로 나오는 이 교재는 교구 및 교육 담당 목사가 집필한다.
내용은 담임목사의 1년 설교 계획에 맞춰 월∼수요일까지는 성경 본문과 해설을, 목∼토요일은 성경의 책별로 본문을 싣고 있다. 금년엔 신명기로 묵상한다. 최근엔 가정예배 순서도 추가해 신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QT의 춘추전국 시대 왔다=QT하는 신자들이 늘면서 지역교회가 직접 나서서 교재를 편찬,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QT가 성경통독과 함께 교인들의 영적 ‘삼시세끼’ 문화로 정착되면서 목회적 차원에서 직접 교재를 편찬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신자들은 그동안 전문 기독교 출판사가 펴낸 월간지 형태의 교재를 사용했다. 생명의삶(두란노), 매일성경(성서유니온선교회), GT(gtm), 시냇가에심은나무(IVP)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 개교회가 제작하는 QT 교재에는 성경 본문과 해설은 기본이며, 교회 내 중보기도제목과 소식 등이 추가된다. 교회에 따라 가정예배나 다양한 주제의 글과 그림, 사진 자료가 첨가된다. QT제작 편집부를 따로 두는 경우가 많다.
QT 교재를 자체 출간하는 교회는 대부분 규모가 큰 편이다. 사랑의교회(날마다솟는샘물) 수영로교회(은혜의샘) 오륜교회(주만나) 동안교회(동안) 우리들교회(큐티인)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의 경우 유치부와 어린이, 청소년용 교재까지 만들어 전 교인이 QT를 하고 있다. 요즘엔 주변에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 생산까지 하고 있다.
전문 출판사가 교회 실정에 맞게 제작한 ‘맞춤식’ 교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GT의 경우 지구촌교회 남서울교회 꿈의교회 높은뜻푸른교회 등에 QT 교재를 공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QT는 성경을 읽고 묵상해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경건의 시간을 말한다. 개인마다 10∼30분 정도 할애하는데 요즘엔 소그룹 모임 등에서 QT 내용을 나누는데 주력한다.
두란노 장덕은 본부장은 “신자들은 QT를 통해 말씀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며 “혼자 말씀을 읽고 적용하면 자기중심적 신앙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소그룹을 통해 묵상 내용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QT를 위한 조건=목회자들 사이에서는 ‘QT 만능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QT가 신앙생활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학 훈련을 받지 않은 신자들이 짧은 성경 본문을 단편적으로 읽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우려다.
이에 대해 아세아연합신학대 정성국(신약학) 교수는 지난해 한 세미나에서 “교회는 성경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읽는 관점을 교육해야 하며 주요 성경신학적 주제들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QT가 일상화 됐다면 이에 따른 건강한 교회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는 조언이다.
QT를 목회의 주된 사역으로 동력화 하고 있는 김양재 목사는 QT와 목회의 관계에 대해 “성도들이 QT를 통해 성숙한 신앙을 갖도록 하려면 목회자의 철학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목회자부터 QT 사역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말씀으로 변화된 성도들의 삶의 내용이 교회 안에서 공유될 때 파급 효과는 크다”고 말했다.
QT는 목회자 개인 영성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온누리교회 설립자인 고(故) 하용조 목사는 “설교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QT를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설교자가 되기 전에 말씀에 푹 젖어 있어야 한다”며 “설교는 화려한데 은혜가 없는 이유는 그 속에 깊은 묵상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매일 말씀을 묵상하는 목회자가 좋은 설교자가 될 수 있다는 권면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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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0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