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원숭이의 해 병신년이다. 원숭이는 유럽, 호주, 북아메리카를 제외한 세계 곳곳의 적도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동물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자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12간지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오랜 시간 동안 우리에겐 상상 속의 동물이었던 외래종이다. 이런 원숭이가 우리 일반인에게 더 이상 상상 속의 동물이 아니게 된 것은 일제에 의해 창경궁이 동물원으로 치욕스럽게 개조된 역사와 함께한다.
원숭이는 포유류 영장목 중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종을 일컫는 호칭으로 일반적으로 꼬리를 가진 원숭이(Monkey)와 꼬리가 없는 유인원(Ape)으로 구분된다. 이들 중에는 얼굴이 붉거나 검은색을 띠는 종류가 있는데 이는 색소나 혈액과 관련된 것이다. 특히 원숭이의 엉덩이가 붉은 것은 번식과 관련된 현상이다. 발정기에 암컷의 엉덩이는 약 2주 정도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데 이는 수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는 동요가 있다. 1970년대까지 널리 불렸던 이 동요의 말미에는 “백두산”이 등장하고 대한의 노래로 알려진 “조선의 노래”로 끝을 맺는다.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무궁화 이 강산에 역사 반만년/ 대대로 이어 사는 우리 이천만/ 빛나도다 그 이름 조선이로세”의 노랫말은 광복 이후 이천만을 삼천만으로, 조선을 대한으로 개사되어 불렸다. 이 노래는 이은상 선생이 1931년에 작사한 창가 시조이다. 광복 전에 유행했던 이 노래의 중간에 또 다른 외래 생물종인 바나나가 등장한다. 1980년대까지 매우 비쌌던 바나나가 일제에 의해 유입되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아마도 일제 관료들이나 친일 매국한 부류들이나 접했을 바나나는 일제가 강점한 필리핀으로부터 공수한 침탈자원이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유입된 외래종은 민족의 참담한 상황과 맞물려 있으나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은 구전동요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선조들의 지혜로움이 치욕의 시대를 끝나게 했으리라. 최근 위안부 협상의 만족스럽지 못한 행태가 참으로 부끄럽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입력 2016-01-08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