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연구진은 지난해 7월 특정 유전자(DNA)를 교정해 근육량을 늘린 ‘슈퍼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돼지의 근육 성장을 막는 유전자를 제거했다. 일반 돼지보다 몸집이 큰 ‘이중근육 돼지’를 탄생시켰다. 연구진은 이 돼지를 식용으로 공급하고, 정자를 농가에 보급해 일반 암컷돼지와 수정시킬 계획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자율주행자동차’는 지난해 11월 처음 실제 도로를 달렸다. 서울 도심 3㎞를 운전자 없이 주행했다. 19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의 인공지능(AI) 자동차 ‘키트’가 거리에서 활주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처럼 유전자 가위와 AI 기술은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와 있다. 두 기술의 발전은 보건·산업적 가치가 크다. 하지만 사회적 차별, 윤리적 논란, 생태계 악영향 등 부작용과 일자리 구조의 변화 등도 예상되는 만큼 그 ‘그림자’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부 차원의 평가가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7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과심)에서 지난해 처음 실시한 두 기술의 영향평가 결과를 보고했다.
국과심은 국내 과학기술인재를 180만명에서(지난해 기준) 2020년까지 220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2017년까지 세계 톱 1% 정상급 과학자 300명을 발굴키로 했다. 사물인터넷(IoT), 신약개발, 에너지저장, 탄소·나노소재 등 집중 육성할 9개 기술 분야도 선정했다. 그리고 유전자 가위와 AI 기술의 영향평가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됐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효소’다.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전자 교정기술’을 뜻한다. 혈우병, 에이즈, 빈혈 등 유전병과 난치성 질환의 근원적 치료 연구에 활용된다. 근육량을 늘린 돼지·소, 성분이 다른 달걀을 낳는 닭, 무르지 않는 토마토, 곰팡이 공격에서 살아남는 바나나 등의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가 ‘표적 DNA’를 잘못 인식해 자를 경우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기술로는 부작용 발생 때 이를 되돌리거나 재교정하기가 어렵다.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고도의 안전성이 확보돼야 한다.
배아·태아 단계에서 유전자 가위로 형질 개선을 시도한다면 ‘맞춤형 아기’도 가능해 윤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편집된 DNA를 지닌 사람을 ‘인공적 인간’으로 차별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유전자 가위가 적용된 농축산물은 기존 GMO(유전자변형체)와 달리 추적·통제가 불가능하고, 의도적 오·남용으로 자연환경에 방출되면 생태계를 교란할 수도 있다.
AI 기술은 최근 제조업과 의료·금융·교육·서비스업 등에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AI 로봇으로 대체될 직업군과 새롭게 창출되는 직업군 등 산업구조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의료·법률 상담 등 일부 전문업종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자만 혜택을 누리면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오작동, 범죄 악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래부는 “인공지능이 미래 직업과 직무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발전하는 유전자 가위·AI 기술… ‘그림자’도 대비하라
입력 2016-01-07 21:54 수정 2016-01-08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