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36일 만에 전면 재개키로 하는 고강도 대북 압박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등 지도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무기’를 전격 가동하는 초강수를 핵실험 하루 만인 7일 결정한 것이다.
정부가 4차 핵실험에 대한 사실상의 첫 독자제재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 방법이야말로 ‘김정은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수단이어서다. 고립사회 속에서 외부세계를 알 수 없는 북한 주민과 북한군 사병들에게 내부 체제 비판의 싹을 키워주는 게 바로 이 방송의 골간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북한 지도부를 압박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민간 북한 관련단체가 대북 전단만 살포해도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호소하는 현 상황에 대한 고려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핵 개발의 최대 피해자이자 최고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먼저 나서서 양자 차원의 강력한 대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보고받고 바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명분으로 “4차 핵실험이 남북 간 ‘비정상적인 사태’에 해당한다”고 분명하게 제시했다. ‘8·25 남북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것이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배이자 남북 합의 중대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남북은 지난해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으로 최고 수준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맞았다. 이후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북한의 유감 표명과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골자로 한 8·25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6개항의 공동보도문 3항은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2015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결정과 함께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추가도발을 해올 경우 단호히 응징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군은 확성기 주변에 북한군 공격에 즉각 반격할 수 있는 화력을 배치하는 등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2016년 여성계 신년인사회에서 “현재 한반도 대치상황은 언제든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조태용 1차장도 “우리 군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만일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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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07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