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반면 북한의 핵개발은 애써 무시하는 ‘전략적 인내’ 전략을 구사한 것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미 언론에서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평양을 어떻게 봉쇄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초반 이란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되 북한의 핵개발을 되돌리려는 노력에는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달리 북한은 당시 이미 소규모지만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으며 가난한 북한이 이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 핵협상을 관철하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는 사이 북한은 핵실험을 이어갔고, 6자회담은 중단됐다. 지금까지 4차례 핵실험 중 3차례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 이뤄졌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일일이 과도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전략적 인내’를 고수했다고 NYT는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에 집중하면서 북한에는 관심을 덜 가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미국이 이란과 북한에 개입하는 정도의 차이를 보면 오바마 정부가 북한을 국가 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놓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내가 알기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의제에서 북핵은 5, 6번째 순위였다”며 “그러나 부시 정부 시절에는 (북핵이 미·중 정상회담의) 대화 순서 중 맨 위에 놓여있었다”고 말했다. 빅터 차는 부시 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냈다.
한편 북한의 4차 핵실험이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선 가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 후보가 2009년 1월 21일부터 2013년 2월 1일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휘하는 국무부 장관직을 수행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북한은 이 기간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北 4차 핵실험 후폭풍] 오바마 ‘전략적 인내’ 北 4차 핵실험 불러와
입력 2016-01-07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