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측 빗나가… 정부, 담뱃값 인상 효과 부풀렸다

입력 2016-01-07 21:05

지난해 1월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담배 한 갑에 물리던 세금을 배 이상 올렸다. 이후 서민증세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담뱃값 인상에 따른 판매 감소 효과를 예측해 발표했다. 그러나 1년 뒤 정부의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 담뱃값 인상에 따른 효과’ 자료에서 세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담배 반출량은 지난해 31억6960만갑으로 2014년 44억9950만갑보다 29.6%(13억2990만갑) 감소했다고 7일 밝혔다. 반출량은 담배 공장에서 반출된 담배 물량과 수입담배 세관 통관량을 합한 것이다.

흡연율을 예상할 수 있는 담배 판매량도 줄었다. 판매량은 담배제조사와 수입업체가 반출·통관한 담배를 도·소매점에 판매한 양이다. 지난해 33억2680만갑으로 전년 43억5990만갑보다 23.7%(10억3310만갑) 감소했다. 반면 담배 세수는 더 늘어 2014년 6조9732억원보다 3조5608억원 늘어난 10조5340억원이 걷혔다.

정부가 이날 연간 판매량과 반출량 감소를 앞세워 담뱃값 인상 효과를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4년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의 가격탄력성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예상치를 내놨다. 판매량은 34%가량 줄어들 것이고 세수는 2014년보다 2조8000억원 늘어난 9조7000억원으로 내다봤다. 흡연율도 8% 포인트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판매량 감소폭도 정부의 예측치와 10% 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였다. 흡연율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흡연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남성 흡연율은 최근 1년간 35%로 불과 5.8% 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 효과를 과대 포장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한 조세 전문가는 “올해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담배 판매량이 22% 줄어들 것으로 봤다.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정부도 알고 있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꼼수는 통계 현황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정부는 연간 유통 수치만 공개했다. 하지만 본보가 입수한 월별 담배 유통 현황을 보면 담뱃값 인상 직후 감소했던 판매량과 반출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폭이 줄어들었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간 수치만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판매량의 경우 지난해 1월엔 1억7000만갑으로 전년 동기(3억3400만갑)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12월 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3억200만갑으로 전년 3억9200만갑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출량 역시 지난해 1월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12월에는 3억5100만갑으로 전년도 12월(2억9900만갑)을 추월했다.

담뱃값 인상 효과가 작은 데 대해 기재부 측은 경고그림의 도입 지연 때문이라고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연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비가격적 부분의 금연 대책을 적극 시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회장은 “소득이 높은 사람이나 30년 뒤 폐암, 후두암을 걱정하지 저소득층은 당장의 삶이 고단하기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한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