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살신성인’ 봉사활동을 하다 쓰러진 고(故) 문명수 목사를 기억하시나요. 그는 전남 진도 만나교회의 담임목사였습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자원봉사팀을 이끌고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을 오가며 봉사활동을 펼쳤지요.
문 목사에게도 사고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인 고등학교 2학년 막내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더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는 끼니도 거른 채 진심어린 기도로 슬픔에 잠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죠. 식사를 제공하고 청소와 운전도 도맡아 했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밤낮으로 봉사활동을 하던 문 목사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진 뒤 패혈증으로 위독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실종자 가족이 헌혈증 300장을 모아 문 목사에게 전달하며 쾌유를 빌었지만 그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문 목사의 막내아들 광식군은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수학창의성 대회에서 수차례 상을 받았던 광식군은 올해 고려대 신소재공학과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숨진 이후 남은 가족의 생활이 무척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문 목사가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의 수술비 등 치료비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죠.
여러 교회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곤궁함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등록금을 구하지 못한 김금숙 사모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기도했을까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전남교육사랑장학회는 지난 6일 장학금 200만원을 문군에게 전달했습니다. 장만채 장학회 이사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해 달라”며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봉사했던 문 목사의 정신을 잊지 말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광식군은 “열심히 공부해 아버지의 명예를 이어갈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답했습니다. 문 목사가 살아 있었다면 아들의 대학합격 소식에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생전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해온 문 목사는 가족에게 물질적인 재산을 남겨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뿌려놓은 사랑과 희생 정신은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기억돼 도움의 손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안타까워하는 아들에게 천국에서 보내온 아버지의 선물 아닐까요.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미션쿡] 故 문명수 목사를 기억하시나요… 세월호 봉사 중 숨진 부친 대신 아들에게 장학금 선물 이어져
입력 2016-01-07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