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세계 각국이 북한을 성토하고 있지만 인류 역사에서 이뤄진 핵실험의 90% 가까이는 미국과 러시아가 실시한 것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또 핵무기의 93%도 두 나라가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WP와 핵과학자협회보(BAS) 등에 따르면 최초의 핵실험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의 로스앨러모스 사막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이후 자국과 태평양 마셜제도의 비키니섬, 서아프리카 해상 등에서 1032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핵실험은 1954년 2월 28일 ‘캐슬 브라보’라는 암호명으로 비키니섬에서 실시된 수소폭탄 실험이다. 당시 폭발력은 TNT 폭약 기준으로 15Mt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1000개와 맞먹는다. 폭발 당시 5만5000도의 열풍을 만들어내며 200㎞ 밖까지 충격을 전했다. 미국은 이미 1952년 세계 최초의 수소탄 ‘아이비 마이크’를 개발했다.
러시아도 미국에 맞서 1949년부터 핵실험을 시작해 모두 715회 실시했다. 이 중 1961년 10월 북극해 노바야제믈랴제도에서 실시한 ‘차르 봄바’(폭탄의 황제)라는 이름의 수소탄 실험은 히로시마 원자탄의 3800배에 이르는 58Mt의 폭발력을 기록했다. 버섯구름이 60㎞ 높이까지 치솟았고 1000㎞ 밖에서도 목격됐다. 또 100㎞ 밖에 있는 사람에게 3도 화상을 입혔고, 심지어 900㎞ 떨어진 핀란드에서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프랑스(198회)와 영국(45회) 중국(45회) 북한(4회) 인도(3회) 파키스탄(2회) 등도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스라엘도 실험 횟수가 집계되지는 않지만 핵실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류의 핵실험 횟수를 다 합하면 모두 2055회에 달한다.
핵무기 보유량은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에 따라 수만기에 달했던 핵무기를 대폭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천기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BAS에 따르면 핵무기는 미국(4650기) 러시아(4480기) 프랑스(300기) 중국(250기) 영국(225기) 파키스탄(120기) 인도(110기) 이스라엘(80기) 북한(8∼12기) 등의 순으로 보유량이 많다. 미·러와 함께 영국과 프랑스, 중국도 수소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통계인 미국과학자협회(FAS)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핵탄두 재고량은 1만5700기이고 이 중 4100기가 사용 가능한 상태다. 특히 미·러에 있는 1800기는 긴급명령만으로 바로 발사되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부터 핵실험이 급격히 줄어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실험 이후 자취를 감추는 듯했으나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에 이어 6일 4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WP는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한 유일한 나라가 바로 북한”이라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北 4차 핵실험 후폭풍] 인류가 한 핵실험 2055회… 21세기엔 북한이 유일
입력 2016-01-08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