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햇볕’은 뜨겁지 않았고 ‘채찍’은 아프지 않았다… 길 잃은 북핵외교

입력 2016-01-07 21:57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부 장관 공동 언론발표문’을 발표한 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에 앞서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양국 군의 공동 대응 태세를 논의했다. 구성찬 기자

‘햇볕’은 뜨겁지 않았고 ‘채찍’은 아프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국제사회가 20년 이상 지속해온 북핵 외교는 종착점에 다다랐다. 전면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선택의 폭은 매우 좁다. 유화책과 강경책 모두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 4차 핵실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안보리는 “안보리 이사국은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하면 ‘추가적인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로 결의했었다”며 “새 안보리 결의안으로 그런 조치를 마련하는 데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결의안의 대북 제재는 네 가지로 분류된다. 무기 개발에 이용될 물자 이동을 막는 금수 조치와 북한 화물 검색, 금융거래 차단,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기업 제재 등이다. 안보리는 이를 기반으로 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마련할 전망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23년간 국제사회는 다양한 북한 비핵화 방안을 짜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는 2002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이 발각되면서 파기됐다. 되레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면서 2003년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체제가 가동됐다. 6자회담은 2005년 9·19공동성명을 도출했으나 이 역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강행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이후에도 각종 합의가 도출됐지만 매번 북한의 전략적 도발로 무산됐다.

‘햇볕’으로도 핵무기라는 북한의 두꺼운 외투를 벗기지 못하자 국제사회는 정반대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강경 압박이라는 ‘채찍’을 쓰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이란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북핵 대응 전략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유화책은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 추가 압박책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은행·정부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거론되지만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불분명하다.

한·미 강경파 사이에서는 더욱 과격한 안보적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1960년대 쿠바 핵위기 당시 쓰였던 해안 봉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와 전술 핵무기 한반도 배치 등이 그 예다.

그러나 북핵 강경 대응책은 안 그래도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를 파국으로 몰고 갈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대북 압박에 소극적이던 중·러를 전향적으로 견인하는 게 최종 해법의 관건이다. 북한의 최우방인 양국 역시 더 이상은 북한의 ‘막가파식’ 도발을 좌시할 수 없는 상태다. 한반도 주변국이 똘똘 뭉쳐 확고한 공동 보조를 취해야만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도 진전을 보일 수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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