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이 안 되는 업체에 돈을 대출해주고 뒷돈으로 9000만원을 받은 국민은행 전 도쿄지점장이 받은 돈의 17배가 넘는 16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그는 받은 뒷돈에 대해 이미 추징 판결을 받았고, 징역도 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부장판사 이은희)는 국민은행이 전 도쿄지점장 이모(60)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씨는 은행에 16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는 2010∼2013년 도쿄지점장으로 근무하며 부실 업체들에 133차례에 걸쳐 3500억원 상당의 금액을 대출해준 혐의(특경가법상 배임·수재)로 기소됐다.
이씨는 담보·신용평가 등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지점장 전결(專決)로 거액을 내줬다. 대가로 9000만원을 받아 챙기는 사이 도쿄지점 부실채권 비율은 2012년 2.1%에서 1년 새 30%로 치솟았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과 함께 벌금·추징금으로 각각 9000만원의 확정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씨가 형사재판을 받는 동안 국민은행은 “회사 손실액 40억원을 물어내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출 자격 미달이거나 담보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들에 대출을 해줘 회사에 큰 손해를 입혔다”며 이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고의로 부실대출을 한 게 아니라는 이씨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은행도 직원 관리·감독에 과실이 있고 대출로 발생한 손실액을 모두 이씨 개인의 책임으로 묻기는 가혹해 보인다”며 배상금을 손해액 40억원의 40%인 16억원으로 결정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교도소에 수감된 이씨는 벌금과 추징금까지 더해 17억8000만원을 토해내야 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부당대출 뒷돈 9000만원 챙겼다가 16억 물게 된 지점장
입력 2016-01-07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