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9분이었다. 1990년 11월 26일 출범한 상하이증권거래소의 25년여 역사에서 가장 짧은 거래 시간이다.
중국 증시는 7일 투매가 이어져 개장 13분 만인 오전 9시43분(현지시간) 첫 서킷 브레이커(매매 일시정지)가 발동된 데 이어 오전 9시59분 다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주식거래를 마감했다. 첫 서킷 브레이커로 매매가 중단됐던 15분을 제외하면 이날 실제 거래시간은 14분에 불과하다. 올해 1월 1일부터 증시 안정을 위해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는 4거래일 만에 4번 발동됐고, 지난 4일에 이어 두 번째 주식거래가 완전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 성분지수에 상장된 2600여개 종목 가운데 200여개가 하한가(-10%)를 기록한 것을 포함해 모두 2504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이날 주가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지속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51% 올린 달러당 6.5646위안으로 고시했다. 하루 위안화 절하 폭으로는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로 위안화 가치는 2011년 3월 18일 6.5668위안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안화의 평가 절하는 뒤에 숨어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선인왕궈증권의 첸치민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주가 폭락은 위안화가 더 절하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면서 “이로 인해 중국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가 가파르게 절하될 경우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이 마련한 제도와 시장 개입 등 관치금융이 오히려 패착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4거래일 동안 2번이나 거래가 완전 중지되면서 서킷 브레이커 제도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증시의 과도한 변동성을 제한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가 거래 중단의 기준이 되는 등락률 ±5%, ±7%의 범위가 좁아 오히려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불행하게도 중국의 서킷 브레이커는 거래 중단이 해제된 뒤 바로 투자자들이 투매 행렬에 나서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증시 폭락의 단초가 됐던 대주주 지분매각 금지 해제와 관련한 불명확 태도도 증시 폭락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 중”이라고만 밝히고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다가 7일 거래가 완전히 중단된 뒤에야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증감위는 8일 상장사 대주주의 지분매각 금지가 해제되더라도 3개월 내 주식시장을 통해 매각할 수 있는 지분 총수가 총지분의 1%를 넘지 않도록 하고 15일 전에 지분매각 계획을 보고토록 했다고 밝혔다. 위안화 절하가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나타나자 인민은행은 이날 뒤늦게 “위안화 가치를 적절한 균형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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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