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70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가 국내에 상륙했다. 자체 제작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위협할 전망이지만 이미 IPTV(인터넷TV)가 보편화된 국내 시장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30여개 국가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망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다. 한국에서도 정식 서비스되면서 기존 17개였던 넷플릭스 지원 언어에도 한국어 등이 추가됐다. 처음 1개월은 무료로 제공된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국내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에 큰 위협 요인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넷플릭스의 강점 중 하나는 ‘콘텐츠 파워’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송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 미국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 등을 직접 제작하는 등 콘텐츠 영향력이 크다. 이밖에도 사용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 맞춤 영상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도 넷플릭스의 강력한 기능 중 하나다.
이날 넷플릭스가 밝힌 한국 시장 진출 파트너사는 통신사가 아닌 제조사 LG전자였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국내 통신사들과 제휴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측이 9대 1의 높은 매출 비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제휴는 성사되지 않았다.
넷플릭스와 협력하게 된 LG전자는 스마트TV 플랫폼 ‘웹OS’에 넷플릭스를 아이콘으로 탑재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TV 외에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으면 모바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성공 여부를 두고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넷플릭스 측에 따르면 한 달 이용 요금은 7.99달러(베이식·약 1만원), 9.99달러(스탠더드·약 1만2000원), 11.99달러(프리미엄·약 1만4000원) 등 3가지다. 요금에 따라 동영상 화질과 동시 접속이 가능한 기기 수가 다르다. 대략 1만원대의 요금제라고 봤을 때, 국내 IPTV 요금과 별 차이가 없다. 통신사들은 결합상품을 통한 할인을 제공하고 지상파 VOD(주문형비디오) 실시간 업데이트 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국내 특화 콘텐츠가 없다는 것도 넷플릭스의 성공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넷플릭스 국내 진출이 글로벌 시장 확대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7일 기준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한국 영화는 개봉한 지 상당시간 지난 16편에 그쳤고, 드라마 역시 방영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난 콘텐츠가 다수였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미국 등지에서 성공한 것은 기존 비싼 유료방송 시장을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내선 가격 경쟁력이 없는 데다 이미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을 위한 콘텐츠 공급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 상륙… 국내 유료방송 시장 초긴장
입력 2016-01-07 19:06 수정 2016-01-08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