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파트 ○○○동 ○○○호인데요. 이 동네에 새로 이사 와서 그러는데, 메뉴가 어떻게 되나요?”
김민경(가명)씨는 지난해 여름 스마트폰 ‘배달앱(애플리케이션)’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매일 전화기를 붙들고 이런 말을 녹음기처럼 반복해야 했다. ‘전산 등록 업무’라고 해서 지원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일이었다.
오전 9시에 시작되는 업무는 배달 음식점마다 전화를 걸어 메뉴와 가격 ‘정보’를 캐내는 거였다. 김씨를 비롯해 알바 20여명이 같은 일을 했다. 하루에 1명당 40여개씩 음식점 정보를 등록해야 해 오후 6시까지 50∼60통 전화를 걸었다.
‘위장 손님’임을 들키지 않으려면 음식점 주인에게 익숙한 지명을 대며 “여기 ○○아파트인데요”라거나 “○○빌딩인데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했다. 김씨는 포털사이트 로드뷰 서비스로 해당 음식점 부근의 적당한 지명을 먼저 찾은 뒤 전화를 걸곤 했다.
정보 수집용 ‘대사’는 다양했다. “단체 주문을 하려는데 메뉴랑 가격 좀 알려주세요” “전단지 봤는데 이 가격 맞아요? 여러 개 시키는데 할인도 돼요?” 등의 말을 반복했다. 김씨는 7일 “회사에서 위장 전화를 들키지 않기 위한 방법을 배웠다”며 “이를 절대 외부에 알려선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음식점 주인에게 위장 손님이란 걸 들켜서 욕설을 듣기도 했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꼭 다시 전화해주세요” 하는 간절한 목소리였다고 한다. 그는 “지방의 작은 동네 음식점은 단체 주문이 별로 없다보니 ‘단체 주문을 하려 한다’면서 메뉴를 묻고 전화를 끊으려 하면 ‘다음에 꼭 전화주세요’라고 한다. 그분들께 미안하고 죄짓는 기분이 들어 이 일을 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렇게 몰래 모은 정보는 배달주문 대행업체 ‘요기요’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됐다. 애플리케이션 등록업체를 늘리고, 광고영업을 하는 데 이용됐다고 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치킨집 주인은 “‘요기요’에 우리 가게 정보가 등록된 줄도 몰랐다”며 “광고하라고 전화가 왔길래 안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배달앱의 이런 영업 방식은 주문 중개수수료 문제와 연결돼 있다. 배달앱 업체들은 고액 수수료 논란이 일자 지난해 8월 중개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배달의 민족’은 바로결제 중개수수료율을 5.5∼9%에서 0%로, 외부결제 수수료율은 3.5%에서 3%로 낮췄다. ‘요기요’는 바로결제 중개수수료 12.5%와 월 고정요금 3만9900원 가운데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낮추면서 업계 전체가 손해를 봤다. 그래서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등록업체 수를 늘리려고 그렇게 한 것이다. 하지만 (전화로 정보 수집할 때) 꼭 배달앱임을 숨겼어야 했나 싶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음식점을 많이 유치할수록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업종이라 이런 꼼수를 쓰는 것 같다”며 “피해가 명확하지 않아 법률상 문제가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기요 측은 “일부 신규 업체를 그런 식으로 등록한 건 맞는다”면서 “잘못된 정보가 나갈 수 있어서 고객 편의를 위해 정보 확인차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업체명을 밝히지 않고 전화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올해부터 중단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기획] 요기요의 꼼수… 배달앱 광고 수익 높이려 ‘등록 업체 수 늘리기’
입력 2016-01-08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