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쏟아부은 ‘동북아역사지도’ 부실 판정… 재단 “지도 완성도 떨어져” 8년 사업 물거품

입력 2016-01-07 21:37
8년간 예산 45억여원을 투입해 제작한 동북아역사지도가 부실 판정을 받아 폐기될 전망이다. 예산 낭비와 이 사업을 책임진 동북아역사재단의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사학계와 재야사학계가 논란을 벌이고 있는 한사군의 위치 표시를 둘러싼 갈등이 부실 판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7일 서울 서대문구 재단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0∼12월 동북아역사지도 편찬 업무를 수행한 사업단과 결과물에 대한 조사를 시행해 역사지도의 지도학적 완성도와 연구비 집행의 정당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적발했다”며 “사업단과의 협약을 해약하고 사업비 일부를 회수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동북아역사지도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해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우리 민족의 역사 강역을 시대별로 표기한 것이다. 2008년 2월 시작됐으며 전·현직 대학 교수와 전문가 60여명이 참여했다.

재단은 지난해 사업단으로부터 역사지도 최종본 400여매와 관련 문건 등을 받아 심사한 결과, 지도 편찬 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평가 기준인 지도학적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우리나라가 그린 역사지도임에도 지도 가운데에 한반도가 아닌 중국이 배치됐고, 지명을 한글로 표기하지 않은 점을 우선 문제로 삼았다. 또 점·선·면 기호가 국토지리정보원이 정한 원칙에 따라 표현되지 않았으며, 영토 분쟁지역을 파선이 아닌 실선으로 표기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남긴 점도 지적했다. 재단은 새로운 사업단을 찾아 역사지도 편찬 사업을 계속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