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감독 떠난 서울시향 핵심 단원·스태프 이탈 시작

입력 2016-01-07 21:34

정명훈 예술감독이 사임한 이후 우려됐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핵심 단원 및 스태프의 이탈이 시작됐다.

해외 음악칼럼니스트 노먼 리브레히트는 7일(한국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서울시향) 악장이 재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 한국을 떠났다. 정명훈 감독 사임 이후 핵심 단원들이 오케스트라를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향도 이날 스베틀린 루세브 악장과 공연기획 자문역 마이클 파인이 최근 사의를 밝힌 사실을 인정했다. 루세브는 3년 단위로 체결되는 기존 계약기간이 지난달 말 종료되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파인은 계약기간을 1년 앞두고 중도에 사의를 표했다.

루세브의 경우 정명훈 전 감독이 2000년부터 15년간 예술감독으로 몸담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수석 출신으로, 정 전 감독과의 인연 때문에 서울시향에 합류했다. 오케스트라 악장은 단원들의 리더로서 공연 준비를 총괄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서울시향 내에서 루세브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단원들 집중도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번 주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첫 정기연주회는 공동 부악장인 신아라와 웨인 린이 루세브의 빈자리를 대신할 예정이다.

음반 프로듀서 출신인 파인 역시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정 전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인물이다. 정 전 감독이 서울시향으로 오면서 영입한 그는 서울시향의 공연 기획, 객원 지휘자와 해외 협연자 섭외, DG 앨범 제작 총괄 등을 지원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악장 사의는 정 전 감독의 사임과 별개로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것”이라며 “좀 더 시간을 갖고 (재계약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외 클래식계에서는 정 전 감독의 사임과 함께 예상됐던 핵심 단원들의 이탈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외에도 서울시향의 핵심 연주자 상당수가 정 전 감독의 음악성과 명성, 네트워크 등에 영향을 받아 합류했기 때문이다. 루세브와 파인은 정 전 감독이 없는 서울시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단원 가운데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수석을 겸하고 있는 팀파니 수석 아드리앙 페뤼송, 트럼펫 수석 알렉상드르 바티, 트롬본 수석 앙투안 가네 등 3명이 서울시향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올 상반기에 계약기간이 끝나는 만큼 재계약을 해지 않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정 전 감독을 대체해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봉을 잡는 9일 서울시향의 첫 정기공연 티켓은 2000석 이상 판매됐다.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