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캠페인 ‘슛포러브’ “소아암 환우에 희망을 쏘아요”

입력 2016-01-07 21:18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슛포러브’ 기부 캠페인을 벌여온 사회적기업 비카인드가 지난 7월 21일 영국 런던의 한 공원에서 박지성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하람 PD, 박지성, 비카인드의 김동준 대표, 최준우 이사, 최준렬 사진작가. 비카인드 제공
120일 동안 12개국 26개 도시, 이동 거리만 14만여㎞. ‘축구광’ 김동준(31)씨와 최준우(31)씨가 지난해 해외 유명 축구선수를 쫓아다니며 기록한 발자취다. 단순한 ‘팬심’은 아니었다. 한 손엔 양궁 과녁판을, 다른 한 손에 축구공을 들고 다녔다. 이들은 왜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닌 걸까.

#2015년 4월 8일, ‘슛포러브’의 시작

둘이 축구 스타를 찾아다닌 이유는 소아암 환우들을 돕기 위해 만든 기부 캠페인 ‘슛포러브(Shoot for love)’ 동참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슛포러브는 두 사람이 세운 사회적 기업 ‘비카인드’가 2014년부터 진행해오던 기부 프로젝트다. 축구에 양궁을 접목시켜 선수들이 쏜 슛이 과녁 점수에 따라 1점당 1만원씩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당사자가 다음 참가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동준씨는 “소아암 환우들의 가장 큰 소원이 빨리 나아서 축구를 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면 아이들이 더 힘을 낼 것 같았다. 그게 우리가 선수들을 찾아 나선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 7월 13일, 밑져야 본전

해외 축구 스타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둘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슛포러브 참가자들로부터 지목받은 선수들의 구단으로 연락을 취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보낸 메일은 구단의 거절로 돌아왔다. 아예 답을 주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응답한 구단이 나타났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라울 곤잘레스가 뛰고 있던 미국프로축구의 뉴욕 코스모스였다. 정식 루트로 구단을 통해 섭외된 첫 번째 선수인 라울은 흔쾌히 슛포러브에 동참해줬고 8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83만원을 적립했다.



#2015년 8월 6일, 맨땅에 헤딩

동준씨와 준우씨의 하루 일과 대부분은 타깃(?)의 SNS와 현지 언론의 기사를 보는 일이었다. 라울처럼 구단을 통해 연락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에 직접 만나러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고 있는 존 테리도 그랬다. 영국 언론이 그의 부동산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지역과 맨션, 구글 어스로 바라본 사진들이 첨부돼 있었다. 그길로 테리를 찾아갔다.

하지만 테리는 태국에 가고 없었다. 며칠 후 다시 찾아가 집 앞에서 이른바 ‘뻗치기’를 했다. 지금껏 참여한 선수들 대다수를 이렇게 접촉했다. 드디어 딸과 산책하려 나오는 테리를 만났다. “한 바퀴 돌고 올 테니 (과녁) 설치하세요.” 테리는 자신이 입었던 유니폼과 축구화까지 좋은 곳에 써달라며 건넸다.



#2016년 1월, 나비효과

4개월여를 돌며 만난 선수는 32명, 후원 금액은 2200만원이 쌓였다. 현재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환아 선정 과정에 있다. 1월 말이면 4∼5명의 환아들에게 1차적 지원이 시작된다. 축구광들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슛포러브 캠페인을 보고 20곳이 넘는 곳에서 자발적 슛포러브가 열렸다.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야구선수, 연예인들로 확산되고 있다. 준우씨는 “저희가 바랐던 게 사람들이 기부를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거였다. 그런 모델을 만들고 싶었고 좋은 마음들이 곳곳에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