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5일 인천 중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앞에서는 이색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 호러스 언더우드 등이 1885년 4월 5일 인천 제물포항에 동반 입국한 모습을 재현한 행사였다.
참가자 300여명은 퍼포먼스가 끝나자 이들 선교사의 발자취를 따라 가두행진을 벌였다. 행진의 종착지는 기념탑에서 1㎞ 거리에 있는 내리교회(김흥규 목사)였다. 내리교회가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이유는 이 교회가 한국의 초대교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리교회는 지난달 27일 한국선교 130주년을 기념해 ‘내리역사전시관’을 개관했다. 내리교회의 역사를 정리하고 다양한 사진 자료를 담은 ‘내리선교 130년 역사화보집’도 발간했다.
7일 찾은 전시관은 교회 본당 옆 아펜젤러비전센터 3층에 있었다. 99㎡(30평) 크기의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교회의 역사와 한국 기독교의 발자취를 살뜰하게 담아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신홍식 (1892∼1939) 목사가 1923년 편찬한 내리교회 역사서 ‘교회역사(敎會歷史)’를 비롯해 누렇게 변색된 교회 주보와 각종 간행물,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정리한 전시물 등이 눈길을 끌었다.
김흥규 목사는 전시관 개관과 화보집 발간 취지를 묻는 질문에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가 말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문장을 언급했다.
“과거를 통해 우리는 현재를 발견하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초대교회의 순수한 야성을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전시관을 방문하고 화보집을 읽어본다면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신앙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내리교회 설립연도는 불분명하다. 교회 성전인 제물포웨슬리예배당이 세워져 성도 약 1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입당예배를 드린 건 1901년이었다. 하지만 성전 건축 이전부터 교인들은 예배를 드렸다. 아펜젤러가 복음의 씨앗을 파종한 1880년대 중반부터 교회는 존재했다는 것이다.
324페이지 분량의 화보집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는 김 목사가 직접 정리한 교회 역사, 2부에는 교회의 발자취를 볼 수 있는 사진자료가 담겼다. 3부는 아펜젤러와 김기범(1869∼1920) 목사 등 ‘내리를 빛낸 인물 130인’의 이력이 적혀 있다. 김 목사는 “교인들과 ‘내리교회 역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해 화보집을 만들었다. 사라질 뻔했던 많은 ‘민초 신앙인’의 이야기를 되살려내 기뻤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130년 믿음의 유산’ 내리교회 역사전시관 개관
입력 2016-01-07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