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과 정보 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예삿일이 아니다. 사전인지는커녕 북한이 핵실험을 한 풍계리 인근에서 인공지진파를 감지한 기상청의 통보를 받고나서야 이상 징후를 파악했다. 해마다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대북 정보 수집에 쓰면서도 국가 안보 및 국민 안전과 직결된 북의 도발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군과 정보 당국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에 절로 의문이 생긴다.
국방부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핵실험은 최소 한 달 전,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1주일 전이면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었다. 핵실험을 하려면 갱도 굴착, 측정장비 설치, 케이블 연결, 갱도 되메우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미 양국의 대북 정보자산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징후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호언장담은 결과적으로 허풍이 되고 말았다.
이상 징후가 없었던 게 아니다. 북한 당국은 핵실험 3일 전부터 풍계리 주변 지역의 주민 이동과 교통을 통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가 지난 3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 갱도를 굴착하는 활동은 핵융합무기 실험을 위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자료를 냈는데도 국방부는 “신빙성이 낮다”며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다고 한다. 이러니 ‘눈 뜬 장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거다. 정보전의 패배를 인정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의 고백은 당연하다.
‘우리만 모른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몰랐다’는 군과 정보 당국의 해명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북의 도발은 곧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7일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보고에서 “정보활동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철저한 복기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직무 소홀 등 잘못이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유사 실패를 막을 수 있다. 북한이 우리의 정보 수집 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북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대북 정보역량을 대폭 확대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안보에는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사설] 北 핵실험 한 달 전 파악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더니
입력 2016-01-07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