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최범선] 피조물의 탄식 소리

입력 2016-01-07 18:30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세계인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북한이 유엔의 결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크게 분노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정작 이 모든 피해의 당사자인 우리는 오히려 차분한 것 같다. 아마도 북한의 도발이 수시로 있었기에 ‘면역’이 돼 크게 놀라지 않고 작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 같은 자세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얼마나 다급하면 극단의 결정을 내린 것일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온 세계가 염려하고 분노할 일을 결행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과 세계에 전하고자 한 북한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 그래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북한의 4차 핵실험보다 더 심각한 ‘뉴스’가 들려도 그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자연재해만 떠올려 보라. 자연재해는 자연이 신음하며 인간을 향해 내뱉는 탄식이지만 우리는 항상 그 소리를 외면해버리고 말았다. 슈퍼엘니뇨현상으로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난리를 겪었는데도 그 심각성을 깊이 있게 인지하진 못하고 있다.

자연재해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욕심과 이기주의가 자연을 파괴한 결과다. 자연이 큰 신음을 내며 아파하고 있음을, 아우성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약자들의 아픔도 알아야 한다. 그들의 탄식을 그냥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바울 사도는 로마서 8장 19절∼22절에서 이렇게 외쳤다.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니 피조물이 허무한 데 굴복하는 것은 자기 뜻이 아니요 오직 굴복하게 하시는 이로 말미암음이라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 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

피조물이 탄식하며 고통을 겪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대다. 이웃이 큰 고통을 겪으며 탄식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훗날 더 큰 사회적 비용과 아픔을 감당해야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들을 때 우리는 북한 정권 아래에서 고통 받으며 신음하는 북한 사람들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의 소리를 외면하면 우리는 훗날 상상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떠안을 수도 있다. 자연이 내뱉는 탄식을 외면하면 자연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아픔을 인류에게 안겨 줄 것이다.

2016년 벽두에 우리는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달갑지 않는 탄식소리를 들으며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모두가 이제는 피조물의 탄식에 귀 기울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더 큰 고통과 아픔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방치하다보면 가래로도 막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모두가 피조물의 탄식소리에 귀 기울이고 피조물의 탄식소리가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큰 아픔을 미연에 막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최범선 목사 (용두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