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2> 강원도 축제가 슬픈 이유

입력 2016-01-07 17:52
화천의 산천어축제. 필자 제공

새해 벽두부터 강원도 축제 현장에 비상 신호가 켜졌다. 포근한 겨울날씨 탓에 얼음이 얼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빙판 위에서 얼음낚시를 즐기려면 얼음 두께가 25㎝는 돼야 하는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얇게 얼었다. 작년에도 겨울가뭄으로 축제를 취소했던 인제에선 2년째 날아든 비보다. 가뭄 때문에, 날씨 때문에 매년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 우리의 겨울 축제. 이대로 괜찮을까.

몬테카를로에선 매년 1월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서커스 축제가 열린다. 여름엔 해변 관광이 주를 이루고 상대적으로 추운 겨울에는 실내 콘텐츠로 도심 활력을 더한다. 같은 시기 스페인 산 바르톨로메 데 피나레스에서 열리는 루미나리에 축제에선 남자들이 말을 타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전통의식이 펼쳐진다. 불가리아의 페르니크에서는 국제 분장 축제가 열리는데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인원만 5000명이 넘고 하나같이 알록달록한 깃털과 옷감으로 장식된 가면과 모자로 추위를 이겨낸다. 스위스에선 마녀 복장을 하고 스키를 타는 마녀스키대회와 겨울하늘을 수놓는 샤토데 열기구 축제의 인기가 높다. 1960년 시작된 네덜란드의 북극곰 수영 축제는 전 세계 각종 겨울 수영 축제의 원조격이다. 얼핏 보면 그냥 겨울 축제인 것 같지만, 날씨가 변덕을 부려도 꿋꿋이 살아남을 콘텐츠들이다.

지금 당장은 날씨 걱정에 힘들겠지만 1∼2주 후면 강원도의 겨울 축제도 다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성격이 비슷한 축제만 개최하다보니 강원도의 겨울관광 특수가 통째로 위협받는 지금 같은 상황이 다시 찾아와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2년 후 평창올림픽 때는 지붕 없는 개막식 탓에 날씨가 포근하기를 기도해야 하는 처지라 강원도의 고민이 클 것 같다. 콘텐츠의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