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철저히 그리스도인으로 살 것을 주창한 김교신의 정신을 배워 ‘제2의 종교개혁’을 해야 한다.” 김교신 연구가로 유명한 양현혜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가 김교신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 물었다. 온돌로 개조된 그의 연구실은 훈기가 돌았다.
양 교수는 김교신이 절대자의 거울 앞에 자신을 정직하게 비추는 성찰적 신앙인이었고, 일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공의를 실천하는 생활인이었고,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심판을 의식하고 대언하는 예언자였다고 설명했다. 우리 각자가 김교신처럼 내적 신앙, 개인적 삶, 역사 공동체에서 ‘양심의 주인’인 하나님을 따를 때 한국교회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교신의 무교회주의에 대해 교회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오해가 여전히 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1517년 교회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고, 만인사제설을 설파했다. 모든 사람이 말씀에 따라 하나님과 직접 교제하고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루터는 하나님과의 친교를 가로막는 교회와 성직 제도에 반대했다. 무교회주의는 이런 성직주의나 교회주의에 반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지 교회 공동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무교회주의에서 교회란 무엇인가. 김교신은 어떤 형태로 신앙생활을 했는가.
“두세 사람이 모여 하나님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말씀을 공부하는 것을 교회라고 본다. 무교회주의의 창시자이자 김교신의 스승인 일본 기독교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는 성서공부 모임을 지도했고 신앙잡지를 발행했다. 김교신 역시 매주 성서연구 모임 경성성서연구회를 열고 신앙잡지 ‘성서조선’을 매월 냈다.”
성서조선은 기독교로 조선 민족을 일깨우겠다는 의도로 발행됐다. 김교신이 1935년 성서조선에 쓴 글이 그 뜻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자에게 주고 싶은 것은 한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고 싶으나 인력에 한계가 있다. … 우리는 성서를 배워 성서를 조선에 주고자 한다. … 그러므로 성서를 조선에’라고 썼다.
-김교신에게 신앙이란 무엇인가.
“그는 ‘자신의 전 존재 영역에서 자기 생명을 그리스도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를 전적(全的) 기독교라고 명명했다. 즉 삶의 중심이 자기에서 하나님으로 옮겨가는 것이고, 일상에서 그리스도를 증명하는 것이다. 절대자의 거울 앞에서 그분의 사랑을 깨닫고 죄인인 나를 직시하고 회개하고 용서받은 뒤 그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는 것이다.”
-그가 교사로서 교단에서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성서조선에서 일제를 비판한 것도 신앙인가.
“김교신은 신앙, 삶, 역사 세 영역에서 일치성을 갖고 그리스도를 증명하려 애썼다. 그는 창씨개명과 일본어 수업을 거부해 교직에서 물러났고, 성서조선에 쓴 글에서 우리 민족을 겨울 추위를 이겨낸 개구리에 비유했다가 옥고를 치렀다. 예언자적 사명을 다한 것이다. 졸업식 날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를 하고 학생을 체벌하고 돌려보낸 후 그를 위해 기도했다. 당시 지식인들이 조강지처를 구박하고 신여성과 염문을 뿌리던 것과 달리 그는 열두 살에 혼인한 여인과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김교신이 살았던 시대와 오늘날 교회 모습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일제 강점기 한국교회는 예언자적 소명에 힘썼다. 교회는 개인을 위한 복음과 사회를 위한 예언에 힘써야 한다. 구약의 예언자를 보라. 이사야, 예레미야, 다니엘…. 이 예언자들은 내면의 양심이 권력과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력으로부터 자립한 최초의 인간이 예언자다. 예언자의 내면에는 양심의 주인인 하나님이 있기 때문에 권력의 우상숭배를 거부한다. 16세기 종교개혁도 결국 이 양심에 따라 종교권력을 비판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현재 우리의 우상은 무엇인가. 돈, 학벌, 교권, 명예, 유행…. 교회가 이런 우상숭배를 경고해야 한다.”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의 사상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본질을 강조한 것이다. 왜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생기겠는가. 왜 일반인들이 우리를 ‘개독교’라고 하겠는가. 교회 안에서 우리를 성도라고 하지만 교회 밖에서 우리가 비(非)성도, 반(反)성도로 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영적인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영적인 힘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
“김교신은 하나님 안에서 우리 모두 한 형제라고 했다. 사분오열된 한국교회가 연합하고 일치해야 한다. 우리가 ‘사랑의 언어’를 써야 한다. 나아가 이 언어를 이념 분열이 극에 달한 한국사회에 퍼뜨려야 한다. 또 하나님의 눈으로 역사를 보고 참여해야 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왜 교회가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성경은 우리에게 약자의 자존을 보존하는 공동체를 만들라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약자를 억누르는 사회 구조에 침묵하는가. 한국교회가 이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독교사학자이기 전에 크리스천인 양 교수는 “복음이 처음 들어왔을 때 한반도에 한 줄기 빛이 됐다. 어둠이 창궐해도 조그마한 빛이 있으면 어둠은 금방 물러간다. 이 시대에도 교회가 어둠을 이기는 빛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대에서 종교사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양 교수는 ‘김교신 전집 정본’ 출간 준비에 참여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얼굴] 김교신 연구가 양현혜 교수 “신앙의 양심 따를 때 한국교회가 변화할 것”
입력 2016-01-08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