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온 더 무브] 인간 존재의 본질 파헤친 의사의 모험담

입력 2016-01-07 17:40

정신과 의사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로도 유명한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이다. 여느 자서전처럼 성공담과 실패담이 교차하지만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모험담에 가깝다.

지난해 8월 타계한 색스는 82년 생애 동안 뇌·의식·정신의 비밀,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헤치는 모험을 즐겼다. 스스로도 “나는 모든 신경학이, 세상 모든 것이 일종의 모험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의 자서전은 특유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하며 풍자적인 문체로 작성돼 독자들에게 재밌는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그는 결핍감과 불안감에 시달렸다고도 고백한다. 스스로의 결핍에 대한 인식은 환자에 대한 연민과 공감으로 이어졌다.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을 ‘이상하다’고 보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 독립적인 인간,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라고 믿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색스의 애정 어린 태도는 자서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내게는 흥미롭지 않은 환자, 가치 없는 환자가 없습니다. 그들은 도처에, 생생하고 뚜렷이 존재합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 환자, 나도 모르던 내 감정을 일깨우고 새로운 흐름의 사고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환자는 지금껏 만나지 못했습니다.”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