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4차 핵실험을 전격 감행하기까지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완전히 ‘깜깜이’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기상청의 인공지진 감지 통보를 받은 뒤에야 상황 파악에 나섰고, 외신에서 핵실험 추정 분석 보도가 나올 때도 “상황 파악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안보 무능을 보여줬다.
이번 핵실험이 주변국 통보 없이 ‘깜짝’ 단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당국이 ‘사전징후 파악’과 ‘안보정세 분석’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한 달 전에 파악할 수 있다”고 공언해 온 만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전 10시42분 기상청으로부터 합동참모본부에 상황 접촉이 있었다”며 “이어 44분 합참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45분 긴급조치반 소집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지 12분이 지나서야 기상청을 통해 최초 상황을 접수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당시 인공지진이 확실하다는 분석을 내놨고, 지진의 규모와 진앙 등으로 미뤄 핵실험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도 이미 나온 시점이었다. 국방부는 그러나 최초 보도 직후 “핵실험을 위한 새로운 갱도를 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두드러진 징후는 없다”고 했다. 당시 한 장관은 한·파라과이 국방장관회담을 준비 중이었다. 우리 군이 북한의 핵실험 사전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해 대비태세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방부 위기관리반이 소집된 것도 핵실험 40분이 지난 오전 11시10분이었다. 국방부는 오전 11시40분 국방부·합참 통합위기관리회의를 개최했다. 군 관계자는 “합참은 낮 12시부로 초기대응반을 소집하고 전군 경계태세를 격상했다”며 “12시7분부터 10여분간 합참의장이 한미연합사령관과 긴밀히 공조하자는 내용의 통화도 했다”고 말했다.
안보 당국은 특히 이번 핵실험이 이뤄진 풍계리 일대를 지속 감시해 왔음에도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혀 대북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핵실험 준비가 예상되는 (풍계리) 시설을 감시하고 있었지만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철저하게 은폐 준비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도 국회 정보위 현안보고에 나와 “핵실험 임박 징후로 볼 수 있는 특이 동향은 전혀 포착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고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전했다.
한·미 군 당국은 그동안 핵실험장 주변에서 포착되는 무기 운반·조립, 계측장비 설치, 갱도 입구 봉쇄 등 움직임을 핵실험 징후로 파악했지만 이번에는 이 같은 외부 징후가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 형태를 바꿨기 때문에 우리도 추적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안보 당국이 대북 정세 분석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핵실험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수소탄 보유’ 발언이 나온 지 27일이나 지났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이미 올해 북한의 군사력 과시 도발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다.
북한대학원 김동엽 박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노동신문을 보면 7차 당대회를 언급하면서 ‘군사적 성과’를 운운했다. 군사적인 과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어야 했다”며 “북한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여전히 안이했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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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차 핵실험] 전혀 예측 못한 ‘깜깜이 정부’… 안보 무능 도마 위에
입력 2016-01-06 21:42 수정 2016-01-07 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