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 “3년 전부터 준비… 단추 누르기만 기다렸다”

입력 2016-01-06 21:32 수정 2016-01-07 00:34



북한의 4차 핵실험은 6일 오전 10시30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전격 실시됐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곳에 새 갱도를 파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위성 등 한·미 정보자산에 포착되지 않도록 준비를 마친 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명령에 따라 곧바로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걸 비밀리에 준비해 놓고 ‘폭파 단추 누르기’만 기다렸다는 얘기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이전(의) 핵실험을 하면서 준비를 해놓고 있었고 버튼만 누르면 되도록 해놨다”고 밝혔다고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전했다. 이미 이번 핵실험 준비를 3년 전인 3차 핵실험 때부터 진행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도 “상당한 시간 전에 이미 핵실험 준비는 있었던 것”이라며 “어느 시점부터인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2015년 내내 핵실험 관련된 것들은 준비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실험 직후 발생한 인공지진에 대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리히터 규모 5.1, 유럽 지중해지진센터(EMSC)는 5.2, 중국 지진국은 4.9로 발표했다. 우리 기상청은 오전에 4.2로 발표했으나 정밀 분석을 거쳐 4.8로 상향했다. TNT로 환산하면 6㏏ 정도의 위력이다. 일각에선 히로시마(15㏏)와 나카사키(22㏏) 원폭과 맞먹는 16㏏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풍계리 시설에는 핵실험을 위한 갱도가 3개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1차 핵실험은 동쪽의 1번 갱도에서 진행됐으며 현재 폐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과 2013년에 실시된 핵실험은 서쪽의 2번 갱도에서 실시됐다. 당초 북한이 새로 핵실험을 한다면 남쪽의 3번 갱도에서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번 4차 실험은 2번 갱도 근처에 새로 만든 갱도에서 실시된 것으로 한·미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국정원은 “(2번 갱도) 옆에 가지를 쳐서 갱도를 만들었고, 그 안에 이미 장치를 해놔 단추 누르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통상 핵실험 징후는 핵무기 운반과 조립, 계측장비 설치, 핵실험 실시를 위한 갱도 입구 봉쇄 등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1∼3차 핵실험 때는 이런 동향이 파악돼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북한은 주변국 정보망을 피해 은밀히 핵실험을 실시하는 방안을 집중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래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놓은 뒤 도발 효과가 극대화될 시점만을 노렸을 가능성이 대두된다. 군 관계자는 “핵실험 준비 절차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었지만 최근까지 특이 징후가 식별되지 않았다”며 “북한이 (핵실험) 형태를 바꿨기 때문에 다른 추적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발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핵실험 강행이라는 기존 패턴과도 다르다. 북한은 2006년 7월 ICBM인 ‘대포동 2호’를 발사한 직후 안보리가 결의 1695호를 채택하자 3개월 뒤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2차 핵실험 50일 전인 2009년 4월 북한은 ‘은하 2호’ 로켓을, 3차 핵실험 2개월 전인 2012년 12월에는 ‘은하 3호’를 쏘아올렸다. 이번 4차 핵실험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21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 사출시험을 한 지 16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존과 유사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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